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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단독] ‘배터리 분쟁’ LG-SK CEO 전격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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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특허를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들이 16일 오전 전격 회동했다.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산업통상자원부 정승일 차관은 막판 불참을 결정했다. 실무진 간의 대화도 이뤄지지 않던 상황에서 양사 CEO가 무릎을 맞댄 것은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여론의 압력이 높아진 데 따른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정 차관은 1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면담을 묻는 질문에 “오늘은 양사만 만났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서울 모 호텔에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면담을 가졌다”며 “회동은 10시반쯤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두 분이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애초 이 자리엔 정승일 차관이 동석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양사가 정 차관 일정에 맞추느라 노력했다”고 전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주 미국 사업현장을 방문하고 15일 귀국했으며, 김준 사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SK 나이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9일까진 출국할 예정이어서, 삼자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정 차관의 회동 불참은 양사가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던 때문으로 추론된다. 4대그룹이 넉달 이상 국내외에서 소송을 주고 받는 초유의 사태에 양사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비판이 고조됐다. 정부는 소송전이 불거진 이후 정 차관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양사를 상대로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지난달 말 SK의 특허침해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후 LG화학도 맞대응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직전 LG측이 제소를 발표하려 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처럼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 차관이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CEO간 회동 자리에 동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회동 결과를 예상하고 여론의 비판을 너무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정 차관은 기자 질의에 ‘오늘은’이라고 한정, 향후 중재 노력에 여지를 뒀다. 두 회사의 소송전은 LG화학이 올해 4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인력 유출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국내에서 낸 뒤 이달 3일 미 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과 LG전자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내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날 CEO들은 회동 후 각각 SK그룹과 LG그룹에 회동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 만남으로 양사의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일·이우중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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