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헤럴드포럼-제현정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단장] 통상이슈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우리 기업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돌다리만 계속 두드리면 영업은 언제 하나요?”

모든 통상 리스크를 고려하는 식으로 이것 저것 재다 보면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없다는 기업 해외영업 담당자들의 평소 볼멘소리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불만의 목소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기업 내부 통상팀 또는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해 조심스레 글로벌 이슈를 점검하는 해외영업 담당자들이 많아졌다.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일상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 변화와 전략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기업에서 통상을 담당하는 부서 또는 담당자의 일상도 복잡다단해졌다. 예전에는 업무가 주로 외국 정부의 덤핑 또는 보조금 조사 대응이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등에 국한됐다면, 2017년 이후부터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조치,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BREXIT) 그리고 최근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강화에 이르기까지 통상이슈의 범위가 끊임없이 확대되면서 새로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더구나 과거와는 달리 통상 리스크가 기업의 생산, 수출 및 투자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면서 업무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통상분야 전문 인력은 여전히 충분치 않고, 특히 중소기업들은 물밀 듯 밀려드는 통상이슈에 적기에 대응하기는커녕 사태를 이해하는 것조차 애를 먹고 있다.

통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직을 재정비하기 시작한 것은 오랜 기간 통상이슈에 시달려온 철강기업들이다. 철강업계는 모든 가능한 수입규제 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하면서 전통적으로 덤핑조사 대응에 특화됐던 통상팀을 확대·개편해 통상이슈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수입규제의 경우 전문 자문기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미국 철강 232조, 세이프가드, 미중 무역전쟁 등 이슈가 다양해지고 장기화되면서 내부의 대응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통상 리스크가 통상을 담당하는 부서 또는 담당자가 처리해야 할 독립적인 업무가 아니라 기획, 재무, 영업, 생산 등 전 부서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관리하고 대응해야 하는 중요 이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이 내재화되고 실제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통상업무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통상 리스크 관리와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는 무역 지원기관이나 업종별 단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각종 통상이슈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지원뿐 아니라 통상 관련 세미나,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 등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FTA 협상, 비관세장벽 해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통상분야는 기업이 정부에 위임하는 업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통상 리스크도 모두 정부 차원의 규제 및 조치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주체는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지금의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스스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수반한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통상이슈의 파도 때문에 당장은 정신을 차리기 어렵겠지만 이를 위기관리 능력 제고의 기회로 삼는다면 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