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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MT리포트]피의사실공표 준칙 개정엔 대체로 찬성…시기엔 '왜 하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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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편집자주]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를 범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수백건의 피의사실 유포에도 불구하고, 이 죄로 기소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문화된 이 법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 논란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인권' 사이의 딜레마에 빠졌다.

[피의사실공표죄 충돌][the L]피의자 인권침해, 무죄추정 원칙 무시한 관행 개선 필요…조국 장관 가족 조사 중 개정엔 부정적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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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으로 훈령을 개정할 예정인 가운데 법조계에선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기준을 만드는 것은 환영했다. 다만 그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법조계는 독립적인 기관이나 위원회를 둬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절차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기 위해 오는 18일 열릴 당정협의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여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피의사실 공표’과 관련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그동안 국민의 알권리라는 차원에서 수사 관행으로 허용되어 왔던 피의사실 공표는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소지가 크고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방어권 보장에 큰 불이익을 초래해 비판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법무부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기준을 세우겠다며 나섰다.

이번 안의 골자는 수사 중엔 정보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공공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두고 언론에 공개할 수사 내용을 심의키로 했다.

세부적으로 신설되는 규정에선 △기소 전 피의자 소환 촬영 금지 △소환 일정 공개 금지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등 수사 대상 공인 실명 공개 금지 △수사내용 유포 검사에게 장관이 감찰 지시 등의 내용을 담았다. 검찰이 기소한 후에도 피고인, 죄명, 기소일시 등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도록 제한을 뒀다.

이 조항들은 법률이 아닌, 검찰 내부의 규칙과 같은 훈령이기 때문에 개정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하는 절차가 필요 없다. 장관의 권한으로 신속한 개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의 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조계는 대부분 이번 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안엔 피의사실공표죄가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확실히 마련하고 앞으로는 철저히 처벌하는 길을 열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이유로 이번 안에 대해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시기상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의 차원에서 공직자 등에 대한 형사사건 정보 제공은 어느정도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기소 및 불기소여부와 무슨 죄인지 등의 내용 외에 다른 것을 알리는 것은 불필요한 정보제공”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장관의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지금 관련 훈령을 개정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피의사실공표죄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합법적인 범위에서 언론브리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안 자체에 대해선 찬성했다.

그렇다면 이번 세부 안을 떠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 가운데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결국 검찰에 이를 맡길 것이 아니라 다른 독립적인 기관이나 위원회 등 절차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변호사들이 많았다. 이번 안에서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동일 변호사(법률사무소 진선)는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해서 그동안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검찰이 스스로를 처벌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피의사실 공표죄에 대한 기소 여부에 대해서도 “좀 더 중립적이고 독자적인 기관이 따로 결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처벌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검찰이 팔을 안으로 굽히고 문제가 되는 사안에서 기소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이를 막자는 것이다.

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정운)는 역시 “피의사실공표로 고소 고발이 제기된 경우 이를 범한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로부터 수사나 감찰을 받는 등의 절차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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