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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1)DMZ 비무장화 성과…‘하노이’ 이후 추가 조치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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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군사합의

GP 각각 11개씩 폐쇄·DMZ 공동유해발굴 등 비무장화 노력

정전협정 체결 이후 최초, 1년간 군사적 긴장상황 발생 안 해

중단된 군사합의 이행, 북·미 대화 결과 따라 재개 여부 달려



경향신문

38선 위 없어진 감시초소 광복 70주년이던 2015년 촬영된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의 최전방 감시초소(GP). 북위 38도 선에 위치한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를 둘러싸고 있다(위 사진). 16일 촬영된 장면에서는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GP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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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을 우리 손으로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9·19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분야 합의’를 채택한 지 1년이 지났다. 전쟁과 핵무기·핵위협이 없는 한반도에서 공동번영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남북 정상의 약속은 70년 분단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북·미 대화 중단으로 남북관계가 파행하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남북 정상의 역사적 합의가 지난 1년 동안 거둔 성과와 한계,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평양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뒤 대국민보고에서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에 관해 거둔 가장 큰 중요한 결실은 군사분야 합의”라고 말했다. 군사분야 합의는 남북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 형태로 남측 국방장관과 북측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것이지만 신뢰 구축에 기초해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의 출발점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간 행동적 합의 이행이 중단되고 숨고르기에 들어가 있지만, 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위반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1년 동안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 상황이 1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 남북군사합의 배경과 성과

9·19 군사합의는 ‘정전협정 틀’ 안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긴장완화 조치를 약속한 것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면 먼저 남북이 상시적으로 위반해왔던 정전협정을 철저하게 준수함으로써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에 군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음에도 남북은 정전 이후 경쟁하듯 DMZ 내 감시초소(GP)를 설치했고 중화기를 배치했다. DMZ는 사실상 ‘중무장지대’로 운영돼왔다. 남북이 군사합의에 따라 GP를 각각 11개씩 시범적으로 철수·폐쇄·검증한 것은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위한 조치다.

남북 공동유해발굴도 DMZ의 실질적인 비무장화 노력 중 하나다. 지난 1일 현재 발굴된 유해는 160여구(추정), 유품은 4만3000여점이다. 특히 한국전쟁 참전 국군 전사자 유해 2구의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및 도로 개설 작업으로 군사분계선을 관통하는 전술도로가 만들어지면서 한반도 정중앙에 남북을 잇는 길이 열렸다.

남북이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한 것은 접경지역 장병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조치다. 특히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잦은 충돌로 인해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린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완충구역을 설정해 함포 사격, 해상기동훈련 등이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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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분야 합의 이행 의지 여전

9·19 군사합의는 북한이 남북의 군축(군비통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접고 ‘신뢰 구축을 통한 군축’을 받아들인 결과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미국과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에 가능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그대로 두고 핵협상이 진행되면 군부가 ‘남북 간 군사대치 상황에서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실패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지만 북한은 군사분야 합의만큼은 유지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북한이 아직 북·미 대화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공식적인 군사기관이 대남 비난 성명이나 담화를 낸 사례는 전무하다”고 했다.

9·19 군사합의로 남북 안보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실감한 사례는 6월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이뤄진 남·북·미 정상의 3자 회동이다. 당시 JSA에는 남북의 경비병력이 그대로 상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병력들은 지난해 10월 비무장화 조치에 따라 권총 등 화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9·19 군사합의가 이뤄지기 전인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병력을 모두 철수시킨 상태에서 행사와 회담이 진행된 것과 대비된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 합의에 따라 병력들이 화기를 소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미 모두 이들 병력을 위해 요소로 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 북·미 대화 진전 여부가 관건

남북군사합의가 유지되려면 군사합의에 명시된 군사공동위원회가 조속히 가동되어야 한다. 군사공동위는 남북 간 군사 현안을 논의하는 차관급 협의체다. 이미 구성·운영과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합의를 마쳤다. 군사공동위에는 2~3개 분과를 두며 기존의 모든 군사회담을 대체한다. 특히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 설정 등 민감한 문제와 북한의 장사정포 후방 배치 등 군비통제까지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군사합의 이행과 관련된 남측의 요청에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중단된 남북군사합의 이행이 재개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북·미 대화 결과와 직결돼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북·미 대치가 이어지는 상태에서는 남북만의 군사합의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곧 열릴 북·미 실무접촉에서 비핵화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 남북 군사합의 이행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 “그 첫 번째 조치는 중단된 공동유해발굴 작업”이라고 전망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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