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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北 "제재 해제 다뤄야 美와 비핵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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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수주내 실무협상 개최' 언급하며 체제 보장 등 요구

"협상 앞두고 본격 샅바싸움" "결렬 대비한 명분 쌓기" 해석

북한이 16일 '몇 주일 내 미·북 실무협상'을 언급하며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자(前者)인 '제도·안전 위협 제거'는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을 비롯한 '체제 보장'을, 후자인 '발전 방해 장애물 제거'는 '대북 제재 해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이 '수주 내 실무협상'을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에 빠진 미·북 대화가 9월 말~10월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당시보다 비핵화의 조건을 늘리며 '단계적 접근법'을 고수해 회담 전망이 밝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나는 가까운 몇 주일 내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실무협상이 조(북)·미 사이의 좋은 만남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미국이 어떤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나오는가에 따라 앞으로 조·미가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서로에 대한 적의만 키우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비핵화'보다는 '체제 보장'과 '제재 해제'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을 앞두고 본격 샅바싸움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여론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물러난 틈새를 파고들려는 의도"라며 "지금이 미국을 최대한 압박할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지난 12일 "하노이 회담 때와 같은 낡은 각본을 또다시 들고 나오는 경우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허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담화가 실무협상 결렬까지 대비한 '명분 쌓기'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신들이 대화 의사를 밝혔음에도 미국이 '새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비핵화 논의 시작'의 대가로 체제 보장과 제재 해제를 요구한 건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제재 해제만을 요구했던 하노이 회담보다 요구 수준을 크게 높인 것"이라며 "아직 북한이 실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미국 조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옹호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각) CBS 방송 인터뷰에서 "누구도 북한 문제를 (지금껏) 풀지 못했다"며 "나는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그것(북핵 문제)과 관련해 해나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10년 전에 맡았던 대외 정책 사안의 일부를 현 정부가 맡아 처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정해 줘야 한다"며 북한을 예로 들기도 했다.

켈리앤 콘웨이 미 백악관 선임고문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외교를 옹호하며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왜 구태여 성공적인 (사업가의) 삶을 포기하고 미국 대통령이 됐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며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겠지만 비핵화 진전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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