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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청와대·사드기지·원전까지… 이미 드론에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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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테러]

靑 사진 찍은 北드론 발견 후 軍, 드론 레이더 9개 들여왔지만 탐지해도 마땅한 요격 수단 없어

수도권外 지역은 여전히 무방비, 석유·화학·가스시설·발전소… 국가 기간시설들 무방비로 노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세계 최대 석유 생산 시설 두 곳이 드론(무인 항공기) 폭탄 공격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북한 등에 의한 '드론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다양한 무인기를 개발해 국내 침투 공작을 해왔다. 드론은 첨단 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조작이 용이한 데다 탐지나 추적이 쉽지 않다. 고성능 폭탄이나 생화학 물질을 탑재해 테러에 이용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드론에 대한 우리의 탐지·대응 체제는 사실상 초보 단계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사드기지도 北 드론에 뚫려

북한의 드론 위협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구체화됐다. 경기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에서 잇따라 북한 드론이 발견됐다. 이 드론에서는 청와대 전경과 군 시설이 촬영된 사진이 발견됐다. 지난 2017년에는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와 강원도 군부대를 촬영한 드론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드론 방어 시스템 구축에 나선 수도방위사령부는 지난 4월 이스라엘에서 드론 테러 방지용 탐지 레이더 9개를 들여와 전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사실상 드론 전용 레이더가 없었던 상황"이라며 "청와대나 국방부 등 수도권 주요 시설은 어느 정도 드론 탐지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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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진)2017년 6월 21일 국방부가 공개한 북한 드론은 같은 해 5월 2일 오전 북한 강원 금강군을 이륙해 군사분계선을 지나 남하, 경북 성주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 상공을 선회한 뒤 이륙 지점으로 돌아가던 중 오후에 강원 인제군 야산에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른쪽 작은 사진)2014년 3월 24일 경기 파주시에 추락한 북한 드론(몸체 세로 길이 약 1.5m). 이 드론의 저장 장치에는 서울 상공에서 청와대를 촬영한 사진이 들어 있었다. /남강호 기자·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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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의 수뇌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 등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여전히 드론 공격에 무방비이고, 탐지를 하더라도 요격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레이더에 탐지되더라도 벌컨포 이외에는 요격 수단이 특별히 없다"고 했다. 군은 드론 격추를 위해 벌컨포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는 드론이나 IT 등 특수 분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경호처 산하에 미래대응처를 신설했다. 작년 11월 경호처는 청와대 상공에서 청와대 침입에 대비한 자체 드론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이 인근 주민들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소식통은 "최근 북한군이 생화학무기를 실을 수 있는 공격용 드론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공격 루트를 완벽하게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1급 보안시설인 원전에 잇따라 드론 출현

탐지·요격 시스템이 없는 석유·화학·가스 시설, 발전소 등과 반도체 생산시설, 국가산업단지 등은 드론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 8월엔 1급 국가보안시설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 상공에 이틀 연속 드론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소형 비행체가 나타났다. 8월 12일 오후 8시 40분쯤 정체불명의 비행체 3~4대가 고리원전 주변 상공을 선회하는 것이 목격됐고, 다음 날 오후 9시쯤에도 원전 주변 상공에서 비슷한 형태의 비행체가 목격돼 군경이 수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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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 달간 고리원전 주변에서는 6번이나 드론이 출현했지만, 이 가운데 조종자가 검거된 것은 2건뿐이다. 이달 7일엔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접근, 20여분간 비행한 뒤 사라졌다. 영광경찰서는 추적용 드론과 경찰특공대 투입 등을 통해 조종사 색출 작업에 나섰지만 아직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엔 한빛원전에서 직선거리로 2㎞가량 떨어진 가마미해수욕장과 계마항 부근을 날던 드론이 발견돼 원전 측이 자체 기동타격대를 출동시켰으나 조종사나 이착륙 지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지만 용의자나 드론의 크기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원전은 적의 공격 시 타격 목표 1순위에 해당하는 국가 핵심 시설로, 국가보안목표 '가'급 시설로 관리하고 있다. 원전은 주변 3.6㎞ 이내는 비행금지구역, 18㎞ 이내는 비행제한구역으로 설정돼 있으나 무방비로 뚫린 것이다.

이 외에도 석유화학공장은 폭발성과 유해성이 강한 물질을 다루고 있어 폭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엔 외국인 근로자가 인근에서 날린 풍등(風燈) 때문에 경기도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기름탱크가 폭발해 소방서 추산 43억5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우연히 날린 풍등에도 이런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테러에 드론이 사용될 경우 그 피해는 훨씬 더 막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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