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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북한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 얼마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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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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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북한-103] 북한에도 일당(하루 일한 대가로 받는 보수)을 받는 일용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꽤 놀랄 만한 일이다. 일용직의 사전적 정의는 하루 단위로 근로 계약을 체결하여 임금을 지불받는 직위나 직무다. 지금 얘기하려고 하는 북한의 일용직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일용직이 맞는다.

이 사실이 놀랄 만한 일인 이유는 북한의 정체성 때문이다. 북한의 정체성은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에 대한 유산자 혹은 자본가 계급의 착취를 반대하며 전 세계 노동계급의 단결과 혁명을 부르짖은 마르크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945년 10월 10일 김일성 주석이 당 창립대회에서 한 연설의 제목도 "우리나라에서의 맑스-레닌주의 당 건설과 당의 당면과업에 대하여"이다. 북한 헌법은 자본가의 착취와 압박으로부터 해방된 노동자에게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며, 따라서 국가로부터 안정된 일자리와 노동의 조건을 보장받는 것은 공민의 권리라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정체성은 노동자의 노동력이 '상품'으로 취급되는 데에 강한 거부감을 갖게 한다. 노동을 대하는 북한의 정서는 '생활비'라는 항목에도 잘 드러나 있다. 생활비는 노동자가 한 달 동안 일하고 받는 임금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은 생활비가 자본주의사회에서 받는 임금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사회에서의 노동은 '자기를 위한 노동'과 '사회를 위한 노동'이 있는데 여기서 '자기를 위한 노동'이 바로 생활비로 보상된다. '사회를 위한 노동'은 국가의 재정활동에 의해 제공되는 여러 가지 사회 혜택, 예를 들면 무상치료 및 무상교육, 생필품 및 식량공급체계 등이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눈치를 챌 것이다. 사회를 위한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한 지금의 현실을. 솔직히 생활비도 별 의미가 없다.

일반 노동자 월 생활비 2000원(북한 화폐), 이 생활비로 한 달 생활할 수 있으려면 국정가격 44원의 쌀(1㎏당)을 국가의 식량공급소에 살 수 있어야 하며, 아파서 병원 갔을 때 충분한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배급소라 불리는 식량공급소는 텅텅 비어 있고, 병원에선 환자를 치료할 약이 없다. 결국 시장에서 ㎏당 5000원의 쌀을 사고, 몇 천~몇 만원 하는 감기약이나 항생제 주사도 약사나 의사가 아닌 장사꾼(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에게서 사야 한다. 빈주먹뿐인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돈벌이 수단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뿐이다. 북한이 그토록 부정하고 억압하고 있음에도 북한판 노동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은 일용직을 '일공'이라 부른다. 일공 가운데 가장 많은 일당을 받는 곳은 역시 건설 부문이다. 고된 노동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건설일공은 북한 화폐로 8000~2만원(대략 1~2.5달러)에 점심·저녁 식사를 제공받는다. 같은 건설업종이라 해도 1만5000원 이상을 받으려면 타일작업이나 고급 미장을 할 수 있는 기능공이 돼야 하고, 아무런 기술이 없는 단순노동은 8000원 수준이다. 음식점에서 설거지 등 잡일을 하거나 항구 주변에서의 수산물 가공 등 여성들이 많이 하는 일용직은 하루 5000~1만원(약 0.6~1.2달러)이다. 농업 부문은 하루 품삯으로 5000천원과 점심을 제공받는다. 주로 밭이나 논에서 작물의 모를 옮겨 심거나 김매기 등을 많이 한다. 위의 예시는 아주 일반적인 것으로 일의 강도나 종류, 숙련도에 따라 차별적인 보수가 제시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거나, 일당 받고 막일 하는 것이 일종의 부끄러움처럼 여겼다. 지금은 오히려 국가 탓을 하면서 돈 벌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더 한심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더욱이 꼬박꼬박 회사로 출근하면서 월급 2000원 받고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바보 취급을 당한다. 그러다 보니 일용직에 대한 수요도 높고, 일자리는 한정돼 있어 나름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북한의 한 주민은 최근 한국에 입국한 가족과의 통화에서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던, 남의 집 아이보개를 하던 상관없으니 돈 주는 곳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했다. 한편 북한의 관료들은 주민들의 이 같은 절박함을 '제살궁리'에 이용하고 있다. 노동력을 팔고 사는 것이 아직은 제도권 밖의 일인 것을 악용해 뇌물이나 금전을 버젓이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의 주민들은 '이래저래 억울한 것은 백성 뿐이다. 간부들은 먹고 살만 하니까 정권엔 충성하고 백성들을 악착같이 뜯어먹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장혜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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