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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대치동 학원비 할인도 챙긴다...백화점 VIP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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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VIP 서비스...문턱 낮추고 전용 서비스 공간 만들어
"귀빈 대접하니 고객 몰리네" 편의점도 VIP 모시기 경쟁

조선비즈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운영하는 ‘학부모 클럽’./롯데백화점 강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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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주부 김은주 씨(44)는 오늘도 백화점에 간다. 일주일에 세 번 대치동 학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인근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김 씨는 "예전에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해 동네를 뱅뱅 돌거나 커피숍에서 기다리곤 했는데, 이젠 백화점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장을 보거나 또래 엄마들과 정보 교류하며 시간을 보낸다"라고 했다.

백화점 VIP(Very Important Person)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7월 말부터 초·중·고등학교 학부형을 대상으로 학부모 클럽을 운영한다. 자녀의 학원 수업 시간에 맞춰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부모가 많은 점을 반영해 만든 지점 특화 서비스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강남점의 평일 오후 시간대(5시 30분~8시 30분) 매출은 전체 점포 평균과 비교해 9.6%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학부모 클럽에 가입하면 평일 오후 4~10시, 주말 오후 5~10시에 백화점에 차량을 무료로 주차할 수 있고, 대치동 학원 수강료 할인과 스터디 카페 무료 이용권, 입시설명회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별도의 가입비 없이 3개월간 월 구매 실적 30만원을 넘기면 6개월 간 회원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학부모 클럽의 회원수는 현재 100명을 넘어섰다.

갤러리아백화점은 VIP 관리만을 위한 공간을 백화점 외부에 조성한다. 다음 달 중순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에 문을 여는 메종 갤러리아는 연면적 1024㎡(약 310평), 총 5개의 층으로 이뤄진 VIP 전용 공간이다. 휴식 공간과 전시장, 일대일 고객 맞춤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지역 VIP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전용 공간을 시범 운영한다"면서 "백화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건물 밖에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호응이 좋으면 서울 등 타 지역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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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VIP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신세계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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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등급을 확대해 문턱을 낮추고, 젊은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백화점간 전략도 치열하다.

우선 VIP 가입 기준을 하향 조정해 VIP 고객수를 늘렸다. 기존에는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해야만 VIP 자격이 주어졌지만, 최근에는 자격 요건이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갑이 가벼운 20~30대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부터 연간 4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레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기존의 5등급으로 운영됐던 VIP 등급에 가장 낮은 레드 등급을 추가한 것인데,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레드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했다. 레드 등급에게는 5% 상시 할인과 주차 무료 이용, 음료 무료 이용권과 문화센터 30%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롯데백화점도 연간 400만원 이상 구매자에게 귀빈 대우를 해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까지 15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MVG(Most Valuable Guest) 등급을 부여했으나, 올해부터는 이에 추가해 800만원, 400만원 이상 고객에게 각각 VIP+, VIP 등급을 부여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VIP 등급에 해당하는 고객들의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해부터 연 500만원 이상 실적을 지닌 고객에게 제이드 등급을 부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전체 VIP 중 20~30대 매출이 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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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는 자사 모바일 앱에서 VIP 혜택관을 운영한다./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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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고객 창출에도 VIP 서비스는 효과적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으로 인해 신규 고객이 줄고 있어, 20~30대 미래 고객 창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VIP 등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고급 쇼핑점에서만 활용됐던 VIP 서비스는 편의점에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CU는 편의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에 VIP 혜택관을 신설했다. 직전 3개월간 월평균 3만원 이상 구매한 단골 고객에게 2% 적립과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한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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