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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격전의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성장 멈춘 넷플릭스…‘토종 웨이브(지상파 3사+SKT)’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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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넷플릭스의 등장인가,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또 다른 들러리가 될까.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의 통합 OTT인 ‘웨이브’를 두고 나오는 얘기다. ‘웨이브’ 출범(9월 18일)을 앞두고 국내 OTT 시장은 다시 한 번 요동치는 분위기다.

최근 미디어 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창의성 있는 중소 규모 콘텐츠 제작사는 더 이상 기획안을 들고 전통 매체를 찾지 않는다. 넷플릭스 같은 OTT 기업에 먼저 제안한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 애플 등이 참전하면서 글로벌 OTT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웨이브는 국내 미디어 업계가 이대로 글로벌 OTT 기업에 잠식당할 순 없다는 위기감에서 등장한 구원투수다.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협업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매경이코노미

지상파 3사와 SKT가 합쳐 만든 토종 OTT 웨이브는 9월 18일 정식으로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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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을 잡아라

▷디즈니에 애플, AT&T까지

지난 5년간 여러 글로벌 기업 중 가장 성공한 기업을 꼽으라면 넷플릭스는 열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터. 넷플릭스 CEO 경영철학을 보면 넷플릭스 성공 비결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넷플릭스 최대 라이벌은 ‘포트나이트’다.”

지난 1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최고경영자)가 주주에게 보낸 편지다. 경쟁 OTT 플랫폼인 ‘훌루’가 아닌 인기 게임을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넷플릭스가 사업 모델이 비슷한 훌루 대신 포트나이트를 경쟁자로 지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주요 소비층이 겹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소비자의 ‘시간’을 사로잡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폭넓은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넷플릭스는 IP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장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유료 결제 플랫폼’이 한국에서 성공할지 미지수였다. 2016년 서비스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넷플릭스는 ‘찻잔 속 태풍’이란 평가를 받았다. 처음에는 큰 호응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1년간 무려 3배 가까이 성장하며 국내 유료 OTT 시장을 장악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인해 비슷한 사업 모델을 선보이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그래서일까. 올해 넷플릭스는 약 10년 만에 성장세가 둔화됐다. 훌루, 아마존프라임, HBO나우, 슬링TV 등 대체 가능한 경쟁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음 타석에서 넷플릭스를 기다리고 있는 타자는 그야말로 ‘홈런 타자’다. 11월 출범 예정인 ‘디즈니플러스’는 글로벌 OTT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플러스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IP다. ‘마블’ ‘픽사’ ‘스타워즈’ ‘20세기 폭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디즈니플러스가 갖고 있는 IP는 무궁무진하다. 디즈니는 월 13달러에 디즈니+, ESPN+, 훌루의 3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그동안 제휴를 맺었던 넷플릭스와 결별을 선언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대가로 연간 1억5000만달러를 받았다. 이제는 독자 플랫폼을 통해서 OTT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즉, 앞으로는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콘텐츠를 볼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애플 또한 OTT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애플은 11월 넷플릭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월 9.99달러에 공급한다. 미국 통신사인 AT&T도 넷플릭스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후발주자 OTT 상품은 가성비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요금제가 넷플릭스 표준요금제보다 저렴하다.

글로벌 OTT 업계의 경쟁은 결국 콘텐츠 싸움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콘텐츠 제작에만 120억달러를 썼다. 올해는 150억달러를 쓸 계획이다. 디즈니플러스 등은 이보다 훨씬 많은 규모를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단골고객 1억명을 확보하는 아마존 또한 이 시장에 군침을 흘린다.

넷플릭스가 시장 1위 자리는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지금처럼 90%대 점유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매경이코노미

▶설 자리 잃는 토종 OTT

▷웨이브의 미래는 어디에

글로벌 OTT 시장은 점점 정글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플랫폼 확보에 여념이 없다.

반면 한국 OTT 기업은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지난 1년간 OTT 이용자 수를 보면 국내 OTT 업계 위기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리서치 전문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토종 OTT는 이용자가 줄고 있다. 옥수수와 네이버TV, U+모바일tv, MX플레이어, 푹, 올레tv모바일, 아프리카TV 등 국내 7개 OTT의 이용자는 총 1274만명으로 1년 전보다 10.4%(148만명) 감소했다. 네이버TV는 194만명으로 40% 급감했고, U+모바일tv도 179만명으로 24.1% 줄어들었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시장처럼 내수 규모가 크지 않다. 시장이 작다 보니 수조원씩 비용을 들일 여력이 안 된다. 결국 한국 기반 OTT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협력’과 ‘해외 진출’이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글로벌 기업 공세가 계속되는 시점에서 ‘협력’을 통해 탄생한 ‘웨이브’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웨이브는 일단 요금제를 3개로 단순화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판매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본 상품에 더해 해외 드라마나 영화, 프로야구와 같이 기존 푹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웨이브 출범에 대한 국내 미디어 업계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웨이브가 글로벌 기업을 조금이라도 견제하려면 고품질 콘텐츠 확보가 필수다. 웨이브는 그간 투자받은 금액 2000억원가량 대부분을 콘텐츠 제작에 쓰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제작에 들어갈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에 대한 투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만으로 신선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규모 면에서 글로벌 기업과 차이가 크다.

게다가 국내 제작사 중 상당수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에 더 관심을 쏟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만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중국 콘텐츠 제작 능력도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이른바 ‘플라잉 PD’로 인해 중국 콘텐츠는 어느덧 한국을 위협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플라잉 PD란 중국 등 다른 나라로 건너가 프로그램 기획부터 제작, 편집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한국 지상파 방송사 PD를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웨이브가 성공하려면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비교할 수 없는 자본력으로 독자 콘텐츠를 제작해 가입자를 늘리고, 수입 대부분을 다시 제작과 마케팅에 쓴다”면서 “규모 면에서 상대가 어렵기 때문에 독자 콘텐츠 발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략적인 해외 진출도 필요하다. 가령 동남아시아에 진출할 때는 무료 콘텐츠를 과감히 제공하는 식이다. 목전의 이익 추구보다 장기적으로 한국 콘텐츠와 친밀해지고 거부 반응을 줄이도록 하는 사전 작업이 요구된다.

엄밀히 말해 웨이브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의 직접 경쟁 상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다만 틈새시장을 노린다면 충분히 생존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기존 방식대로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관행보다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가령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웹툰, 웹드라마, 웹소설 등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 한국이 강한 ‘K팝’이나 ‘웹소설’ 등을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분석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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