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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김정은 눈치 보는 정권" "젊은 청년 두 번 죽여”… 野, 하재헌 중사 공상 판정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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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조항 없다' 공상 판정 내린 보훈처 / 하 중사 "예상 못해… 소송까지도 가려 한다"

세계일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이하 하 중사)에게 보다 명예로운 ‘전상’(戰傷) 대신 ‘공상’(公傷) 판정을 해 하 중사가 억울함과 분노를 감추지 않는 등 논란이 인 가운데 보수 야권도 보훈처의 처신을 강하게 비판하며 관련자 문책과 사과를 촉구했다.

◆나경원 “김정은 눈치보는 정권의 보훈처가 하 중사의 명예마저 강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은 눈치를 보는 이 정권 보훈처에서 결국 하 중사의 명예마저 강탈해버렸다”며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심사 과정에서 전 정권에서 영웅이 된 사람을 왜 인정해주느냐는 취지의 발언마저 나왔다고 한다. 전 정권 영웅 따로 있고 현 정권 영웅 따로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 지지층만 국민으로 여기는 문재인 정권다운 편가르기”라며 “보훈처는 즉각 전상으로 판정을 바꿔야 한다. 또 보훈처장은 하재헌 중사에게 고개 숙여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지상욱·조훈현 등 “국가보훈처가 젊은 청년을 두 번 죽여”

한국당의 김종석, 조훈현 의원과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훈처를 규탄했다.

이들은 “군 조사 결과 북한이 우리 군 수색대를 겨냥한 것으로 명백히 밝혀졌고 하 중사는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이란 사유로 전상 판정을 받았다”며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에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한 상이 등 조항이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차한 변명을 대면서 교육 훈련 등의 상황에서 입은 상이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훈심사위원회 일부 친여 성향 심사위원들은 전 정권에서 영웅이 된 사람을 우리가 굳이 전상자로 인정해줘야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손혜원 의원 부친이나 김원봉 서훈 문제에서 보듯이 이념 편향적인 보훈 행정으로 독립유공자를 모독하던 보훈처가 이제는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영웅의 명예마저 폄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국가보훈처의 국가는 어느 나라인가. 북한과의 전투 상황임을 인정하기 싫은 것 아닌가. 젊은 청년을 두 번 죽이는 것인가”라며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명백한 도발마저 북한과 무관한 사고인 것처럼 판단한 것은 아닌지 그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 전원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1월 31일 경기 파주시 육군 1사단 수색대대에서 열린 하재헌 중사 전역 기념 행사에서 하 중사가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대통령이 정상이 아니니 온 나라가 미쳐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 중사의 부상이 전상이 아니라 공상이라면 하 중사의 두 다리를 빼앗아간 목함지뢰는 북한군이 설치한 게 아니라는 말”이라며 “우리 군이 매설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진실의 왜곡”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북한이 매설한 지뢰는 국군의 목숨을 노린 것이다. 우리 군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고 포를 쏜 것과 똑같은 도발”이라며 “대통령이 정상이 아니니 온 나라가 미쳐가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어 “당신들은 북한의 보훈처인가. 이번 일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보훈심사위원회 위원 중 공상 판정에 찬성한 심사위원들을 전원 파면하고 보훈심사위원회를 새로 구성하여 잘못된 판정을 바로 잡아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북한 눈치보니 엄연히 북한이 저지른 도발도 보훈처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며칠 전 대통령이 이산가족을 남북 모두의 잘못이라는 비정상적 발언을 했다. 보훈처장은 목함지뢰도 남북 모두의 잘못이라 말하고 싶은 것인가. 대통령이 정상적 판단을 못하니 국가 전체가 비정상이 돼간다”라고 했다.

◆보훈처 ‘공상’판정 배경은…하 중사, 이의신청 및 법적 대응 불사···보훈처 “이의신청 내용 깊이 논의할 것”

앞서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초 회의를 통해 하 중사에 대해 공상 판정을 내렸다. 보훈처는 같은 달 23일 해당 결정을 하 중사에게 통보했다.

‘전상’(戰傷)은 적과 교전 상황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반면 공상은 교육·훈련 또는 국가 수호·안전보장과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말한다. 2015년 8월 하 중사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두 다리를 잃었다. 이후 국군의무사령부에서 근무했고, 지난 1월31일 전역했다. 당시 하 중사는 “장애인 조정 선수로서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육군은 하 중사가 전역할 당시엔 전상 판정을 내렸다.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은 전상자로 규정한다는 내부규정이 근거였다.

그러나 보훈처 보훈심사위는 육군의 결정을 뒤집고 하 중사에게 공상 판정을 내렸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하 중사에게 전상 판정을 내릴 명확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보훈처는 군에서 발생한 대부분 지뢰사고에 대해 공상판정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하 중사는 보훈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하 중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상 판정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현재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로 판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소송까지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보훈처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천안함 폭침사건의 부상 장병에 대해 전상 판정이 내려졌던 것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함지뢰 사건도 천안함 폭침처럼 북한 도발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하 중사에게도 전상 판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보훈처 측은 “하 예비역 중사가 이의신청한 만큼, 이 사안을 본회의에 올려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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