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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정규직 전환용 자회사에도 여권 낙하산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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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의 대표이사 상당수가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시설관리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려고 만든 자회사가 여권 출신을 위한 논공행상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유의동 의원(바른미래당)이 17일 공직 유관 기관(준정부기관·공기업·재단·연구원 등) 382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자회사를 만든 공공기관은 총 44곳으로 집계됐다. 이 기관들은 자회사를 총 51곳 설립했는데, 이 중 9곳 임원 10명(대표이사 9명, 상임이사 1명)이 여권 출신 정치인이었다. 이들이 받는 연봉은 대부분 1억원 안팎이었다.

◇청와대 비서관, 의원 보좌관 출신이 자회사 대표

한국예탁결제원 자회사 케이에스드림㈜은 경비·환경미화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로 작년 8월에 세워졌다. 이 자회사 김남수 대표이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조정 3비서관·2비서관 등을 지냈다. 지난 대선 땐 '더문캠'(문재인 후보 선거운동 조직)의 외곽 조직인 더불어노동포럼을 이끌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김동연 경제부총리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예탁원 노조는 "업무 관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전형적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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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자회사 대표에 앉은 사람도 여럿 있다.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KAC공항서비스㈜의 김태영 상임이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자회사 제이디씨파트너스㈜의 김진덕 대표이사, 한국국토정보공사 자회사 엘엑스파트너스㈜의 성기청 대표이사 등은 모두 여권 전·현직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이 외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세운 자회사 LH사옥관리와 LH상담센터를 각각 맡은 김태환 대표이사(민주당 밀양·창녕·함안·의령 지역위원장 출신)와 김유임 대표이사(민주당 고양시 경기도의원 출신) 역시 업무 연관성이 작은 정치권 인사란 평가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자회사 여수광양항만관리주식회사의 김재우 대표이사(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출신), 한국감정원의 자회사 케이에이비파트너스의 박영기 대표이사(문경시장 민주당 후보) 등도 마찬가지다. 유의동 의원은 "공공기관 자회사 대표직이 용역 근로자를 위한 자리인지, 여권 인사들에게 사장 직책을 내주려는 자리인지 모를 정도로 자회사 사장과 간부 자리의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에 차량 지원하는 곳도

공공기관의 자회사 임원은 1억원 안팎 연봉을 받고 차량까지 지원받는 경우가 많다. 각 공공기관이 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에스드림 김 대표는 연봉 1억5000만원을 받으며, 업무 추진비는 매달 평균 160만원쯤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기사 딸린 대형차(K9)도 지원됐다.

여수광양항만관리주식회사 김 대표는 연봉 1억원에 차량이 지원됐고, 이상연 KAC공항서비스㈜ 대표이사도 연봉 8970만원에, 성과급(연봉의 60%까지 평가에 따라 지급)과 차량 지원 혜택을 받았다.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 자회사 임원 가운데 성과급까지 반영해 1억원을 넘는 경우가 절반(10명 중 5명)이었고, 연봉 8000만~9000만원에 업무추진비를 별도로 받는 경우도 많았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과)는 "공정·정의를 내세운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되레 더 심해지고 있어 문제"라며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공공기관이나 관련 자회사에 엉뚱한 리더가 앉으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으니,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sungm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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