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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美 위워크,IPO 실패…유니콘 거품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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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위워크 기업가치, 470억→150억달러"

작년 적자 19억달러…수익 구조 문제 드러나

최대주주 소프트뱅크의 중동계 펀드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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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뉴먼 위워크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 시간) 위워크의 IPO 실패를 인정하며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사진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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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WeWork)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됐다. 수익성 우려가 커지며, 기업 가치는 3분의 1토막 났다. 외신은 위워크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투자 최악의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불분명한 기업 가치 산정의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덤 뉴먼 위워크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예정됐던 위워크의 IPO가 연말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뉴먼은 “상장 회사 경영에 대해 더 배워야겠다”며 IPO 실패를 인정했다.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위워크는 건물을 층(層) 단위로 빌린 뒤 이를 쪼개서 스타트업에게 재임대한다. 전 세계 104개 도시에서 485개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6년 8월 서울 강남역점을 시작으로 을지로, 삼성역, 광화문 등 서울 18곳, 부산 2곳으로 확장했다.

외형은 고속성장했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해 위워크는 매출 18억 달러에 19억 달러(2조264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위워크는 건물과 장기 계약을 맺은 뒤 개별 세입자와 단기 계약하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져 공실이 발생해도 건물에 임대료를 계속 지급해야 하는 약점이 있다.

특히 올해 IPO를 앞두고 공격적인 외연 확장으로 손실 폭은 더 커졌다. FT는 “위워크는 1달러를 벌 때마다 2달러를 지출한다”며 “올 상반기에만 지난 한 해 투자액과 맞먹는 24억 달러(2조8591억원)를 썼다”고 전했다.

위워크를 ‘기술 기업’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대다수 입주자가 스타트업 종사자이지만, 수익 구조 자체는 단순 임대업에 불과하다는 게 투자업계의 판단이다. 그동안 위워크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개념 때문에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위워크 가치는 연초 책정됐던 470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인 140억~150억 달러 선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로이터는 100억 달러 이하까지 쪼그라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CNN은 “올해 월가에 데뷔하는 가장 촉망받는 유니콘 위워크가 이제는 최악의 IPO 실패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배구조도 문제다. 위워크가 처음 상장계획서를 낸 후부터 창업자 뉴먼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회사 측은 연말까지 독립 이사를 선임해 뉴먼의 1주당 의결권을 기존 20표에서 10표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뉴먼의 보유 주식은 IPO 이후 1년간 보호예수하며 2~3년간 10% 이상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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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Uber)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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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유니콘이 수익을 내지 못한 채 기업의 몸집만 커진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벤처업계의 거품을 우려했다. 실제로 공유 자동차 업체 우버(Uber)와 리프트(Lyft)는 올 초 ‘IPO 대어’로 기대를 모았지만, 각각 19%, 38% 하락한 가격에서 현재 거래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공유경제 서비스 업체가 채택한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실은 유니콘이 아니라 '고깔모자를 쓴 비루먹은 조랑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 12개가 지난해에 기록한 손실을 모두 합하면 140억 달러(약 16조원)에 이른다. 누적 손실액은 470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한다.



◇ 최대주주 소프트뱅크 수익성에도 '빨간불'



위워크에 대한 투자를 놓고 최대주주 일본 소프트뱅크는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의 지분 29%를 가지고 있고, 상장 과정에서 위워크 지분 7억5000만 달러를 추가로 사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비전펀드’의 주요 투자자인 중동계 자본이 이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PIF)가 투자로부터 나온 이익만 재투입하려 하고 있고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투자공사 역시 투자 규모를 축소하려 한다”고 전했다.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17년 1000억 달러(약 118조원)의 비전펀드를 결성해 세계 유망 테크 기업에 투자하며 ‘4차 산업혁명’ 바람을 주도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공유기업과 AI·자율주행차 스타트업들이 비전펀드의 투자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20억 달러 가량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비전 펀드의 투자를 받은 기업 중에서 상장한 6개사 중 4개사가 현재 공모가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버뿐 아니라 업무용 메신저 업체 슬랙(Slack)의 주가도 20~40% 하락했다. FT는 “비전펀드는 조만간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며 “내년 소프트뱅크는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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