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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관객토론으로 탄생한 연극 ‘렛 뎀 잇 머니’…2028년 유럽의 음울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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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도이체스 테아터 국외 첫 공연

시민·전문가 등 200여명 제작 참여

기후변화·난민·금융위기 연극으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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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소금이 모래처럼 촘촘히 깔린 무대 위로 커다란 철판이 와이어에 매달려 천장과 바닥을 오간다. 시대 배경은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2028년의 유럽.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유로존 붕괴, 심각한 가뭄으로 터전을 지킬 수 없는 이란 난민들의 대이동,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인간의 노동, 생체이식 칩을 통한 데이터 통제와 감시 등으로 유럽은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국민의 인권을 지켜줄 국가의 개념도 모호한 이때, 저항단체 ‘렛 뎀 잇 머니’는 무능한 정치가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을 잡아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다. 인민재판처럼 벌어지는 추궁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파되고 시민들은 댓글을 달며 함께 설전을 벌인다. 실패한 현재를 만든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독일의 명문 극단이자 극장인 도이체스 테아터가 선보이는 연극 <렛 뎀 잇 머니>는 ‘10년 뒤 세상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란 질문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베를린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은 오는 20~21일 서울 강남구 엘지아트센터에서 국외 첫 공연을 한다. 18일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자인 안드레스 파이엘은 “한국과 독일은 분단이라는 과거 경험 때문에 미래에 대한 비슷한 질문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며 “상상해본 세상을 한국에서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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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뎀 잇 머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 훔볼트 포럼이 함께한 미래 연구 및 ‘관객 참여형’ 연극 제작 프로젝트다. 2017년부터 1년 반에 걸쳐 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예술가, 일반 시민 등 200여명이 참가해 10년 뒤 미래를 탐구한 결과를 토대로 연극을 만들었다. 파이엘은 “기후변화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나라 간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해체될까 같은 논의를 해나가며 이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예술적인 방법으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토론을 거치면서 참가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건 기후변화와 난민 문제였다. “독일은 지난여름 역대 가장 건조한 여름을 보내면서 농작물 피해가 컸습니다. 숲도 죽어가고, 산림 화재도 과거보다 10배 이상 늘었어요. 난민 유입도 두려움 중의 하나였죠.”

2007~2008년의 금융위기가 10년 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걱정도 여전했다. 파이엘은 “금융위기 이후 유럽은 여러 부담을 안고 있다”며 “이탈리아가 유럽연합을 탈퇴한다는 연극 속 상상이 실제로 영국이 탈퇴하려는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사실 이 연극이 소재로 삼은 위기는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파이엘은 “20년 뒤를 상상하는 건 공상과학(SF)에 가까운 소설이 될 것 같았다. 10년 뒤는 현재를 얘기하는 거울로, 이미 현재에 일어나는 사건을 미래에서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렛 뎀 잇 머니>는 2021년 안에 마지막 심포지엄을 열고 프로젝트의 막을 내린다. 파이엘은 “그때 가장 큰 화두는 기후변화가 될 것”이라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 각 국가의 역할, 재정 조달 방법 등에 대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1일 서울 엘지아트센터. (02)2005-0114.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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