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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SC] ESC’s Pick!-굴러라 구르님·경이로운 소문·스타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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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s Pick!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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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 고3 구르님, 어서 졸업을!

<굴러라 구르님> 채널의 주인은 ‘현생’(현재의 삶)이 바쁜 고3 여고생이다. 콘텐츠가 아직 많진 않지만, ‘졸업사진은 반드시 못 나온다’는 졸업사진 찍는 날 브이로그(일상생활을 담은 영상)를 보고 바로 구독했다. 여고시절을 지나온 사람은 모두 안다. 미디어에서 그리는 ‘여고생’의 이미지는 모두 가짜라는 것을! 시끄럽게 떠들다가 화가 나면 불같이 화를 내고 다시 친구들과 신나게 웃으며 장난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바로 십대 시절 아닌가. 수동적이고 청순한 가짜 이미지가 아닌, 에너지 넘치는 진짜 여고생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하다. 구르님이 좋아하는 건 게임, 일본어, 그리고 뷰티 아이템 모으기다. 구르님이 자신을 꾸미는 데는 또래문화의 유행도 있겠지만, 보다 확실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미디어에 나오는 장애인은 모두 불쌍하고 딱한 이미지라서 ‘힙하게 꾸미는’ 장애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구르님은 뇌병변(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세상에는 장애인이 아주 많이 존재하는데, 놀랍도록 ‘없는 존재’ 취급당하는 현실 때문에 직접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휠체어 타고 제주 여행하기’ ‘안전교육 때 엘리베이터 금지라 대피해본 적이 없다’ ‘휠체어 타면 듣는 악플 읽기’ 등 제목만 봐도 기획력에 감탄하게 된다. 졸업사진 찍는 날 친구들과 편의점 과자를 사 먹고 셀카 찍으며 장난치는 걸 보며 웃다가,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는 촬영장에서 갑자기 진지해진 친구들이 휠체어를 들자, ‘아니다 장소를 옮기자’라며 왁자지껄 소란이 있고 나서 상황을 해결하는 걸 보면 괜히 뭉클하다. 영상은 억지 감동 없이 즐겁게 끝난다. 구르님, 빨리 졸업해서 더 많은 영상 올려주세요!

최고운(에세이스트)

한겨레

■ 웹툰 : 한번 죽은 자, 그대는 악인

‘경이로운 소문’은 한 번 죽어 간 사후 세계 ‘융’에서 현세 지구로 다시 건너와 사람을 숙주 삼아 살인을 저지르는 악인들이 나온다. 희생자의 영혼을 먹어치워 끝없이 강해지려는 악인들과 이들을 막기 위한 융 사람들의 설득에 응해 ‘카운터’로서 활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스릴러 웹툰이다.

일찍이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본인도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주인공 ‘소문’은 우연히 맞이한 사건을 계기로 융과 연결돼 카운터 활동을 시작한다. 소문이가 융의 지원으로 향상된 신체 능력을 이용해 낮에는 학교의 히어로로, 밤에는 이 능력 대결자로 나설 것 같던 이야기는 어느덧 폭력과 유착한 권력의 그림자와 이에 잠식당했던 이들의 충돌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사후 세계까지 결부되는 거대한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정신없이 내몬다. 강도 높은 액션과 범죄 현장을 다루는 통에 대사는 다소 과격한 편이다. 하지만 소문이를 중심으로 인물에 얽힌 과거와 현재의 복선, 각각의 감정선들을 절묘하게 살려내며 몰입감을 선사하는 게 큰 매력이다.

소재와 전개 면에서 웹툰이 웹툰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다만 대사가 시종일관 다소 과격한 면은 있다. 작중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은 경남 진주시에 실제로 있는 곳들이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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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소설 : 절대 음감 매니저, 그는 목적을 달성할까?

한때 한국의 전문직 소재 스토리는 검사가 권총 차고 다니는 것처럼 묘사하는 수준이었다. 의사, 변호사, 보험조사원, 은행원은 물론, 출판편집자까지 스토리의 소재로 소화하는 일본 드라마와 소설을 많이 부러워했다.

반드시 진짜 벌어진 사건이나 인물을 베이스로 삼아야 리얼한 것은 아니다. 그 직업의 핵심 기술, 기업 내부 경쟁 구조, 실제 하는 시장 상황 등이 사실적으로 구현된다면, 캐릭터가 상상의 산물이어도 어떤 리얼리티가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극사실적인 배경과 상황+상상의 캐릭터=좋은 전문직 스토리’라는 공식을 나 혼자 생각해봤다. 이런 전문직 웹소설이 있다.

연예기획사의 매니저를 소재로 한 <스타메이커>는 리얼하다. 2017년 연예기획사 엠오케이(MOK)에 잘생긴 20대가 찾아온다. 보육원 출신인 한선호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음악을 들으면 음의 요소를 머릿속으로 분해하여 재조립할 수 있는 절대 음감이 있었다. 그러나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한 한선호는 엠오케이의 18개월 계약직 매니저로 업무를 시작한다. 한선호의 첫 임무는 엠오케이 기업 사내 정치 한복판에서 담당 가수 차혜미의 성공을 이끄는 것이다.

이 웹소설의 주인공은 아이돌이 아니라 매니저·프로듀서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엔진은 팬덤이 아니라 냉혹한 쇼 비즈니스의 시장논리다. 작가 ‘샤이나크’는 음악기획과 매니지먼트 업무, 연예기획사 내부의 모습을 잘 그렸다. 2016년 12월 카카오페이지에 연재 시작해 483화로 완결됐다. 유·무료 누적 49만9천명이 봤다. 웹소설 장르로 ‘현판’(현대판타지)으로 분류된다.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훈련받은 문장이다.

고나무(팩트스토리 대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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