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공동설명회에 1000명 몰려
교사들 "법적 지위 보장됐다" 강조
부모 대부분 "아직 결정 못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서울 자율형사립고 연합 설명회가 열려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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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이를 경희고에 보내려고 했는데, 이번에 자사고 지위가 취소됐다 회복되는 등 소동을 치르는 걸 보고 결정을 못 내렸어요. 오늘은 일단 분위기만 보러 왔어요."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성고 대강당을 찾은 한 학부모의 얘기다. 이곳에선 이날 서울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1개교의 공동입학설명회가 진행됐다. 서울 지역 8개 자사고가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탈락으로 자사고에서 지정 취소됐다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법적 지위를 회복한 이후 열린 첫 입시설명회다.
이날 행사엔 1000여명의 학부모가 참석했다. 강단에 오른 자사고 관계자들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인사말을 맡은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그동안 자사고를 둘러싸고 많은 혼란이 있었다. 학교장으로서 학부모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서울 자사고는 법적으로 확실한 위치를 보장받았다"며 "모범적인 교육과정,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는 교사들이 있는 자사고에 자녀를 보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중앙고·배재고·중동고의 진학담당 교사들이 차례로 강단에 올라 자사고의 특징과 장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동성고서 열린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서울 자율형사립고 연합 설명회가 열려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2019.9.20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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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주최측이 배포된 자료집에 설명 내용을 받아적거나 휴대전화로 녹음하면서 교사들의 설명에 귀기울였다.
학부모 대부분은 자녀의 자사고 지원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교사들의 설명을 메모하던 학부모 양모(40·서울 동대문구)씨는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씨는 "주변에 마땅히 보낼만한 일반고가 없는데, 보내려고 했던 자사고가 혼란을 겪는 걸 보니 정말 보내도 될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며 "고등학교 진학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자녀를 한양대부속고등학교에 보낼 생각이라는 한 학부모(41·서울 강동구)는 "주변에서 자녀를 일반고에 보낸 학부모들이 면학 분위기 등에 불만을 갖고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학을 보내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가 마음에 무척 들어서라기보다는 일반고에 보낼 수가 없기 때문에 자사고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 입학 경쟁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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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자사고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지난 9일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동시에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입 공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교육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데,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한층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편과 함께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김모(45·서울 종로구)씨는 "자사고들은 학교 지위가 유지된다고 홍보하지만, 앞으로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아이를 선뜻 자사고에 진학시키기는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동설명회에 이어 자사고들은 학교별 설명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자사고들은 12월 9일부터 일반고·자율형공립고 등과 동시에 원서를 접수한다. 학생들은 자사고와 일반고를 함께 지원할 수 있고,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은 일반고 학생 배정 단계 중 2단계부터 참여해 거주지가 속한 일반학교군(학군) 내 학교 2곳에 지원할 수 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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