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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서울대·고려대 ‘조국 반대’ 집회, 빈약한 공정 개념에 기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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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 한신대 교수, 심포지엄서 발표 / ‘조국 사태에 비춰본 한국의 교육문제’ / “사람들, 본인이 안 겪은 입시 잘 몰라 / 공정개념 빈약한 점도 불만 표출 원인” / 수시 비중 논란·교육개혁 방향도 언급

세계일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게시판에 조국 법무부 장관의 교수직 파면을 촉구하는 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부정입학·특혜 의혹’이 조 장관 관련 논란의 기폭제로 작용한 건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한 입시제도 이전이나 이후의 제도는 잘 모른다는 점, 우리 사회에서 ‘공정’의 개념이 빈약하다는 점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청문 정국에서 불거진 장관 딸 의혹과 관련해 입시 등 교육제도 개혁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선 대학 서열구조를 깨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조 장관의 딸 조모(28)씨가 고교·대학 시절 참여한 각종 인턴·봉사활동 증명서가 허위 또는 과장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인 의혹이 ‘의학논문 제1 저자 등재’ 의혹이다. 조씨가 동양대에서 받은 총장 표창장은 위조 의혹에 휩싸여 있다. 조씨가 이렇게 쌓은 일련의 ‘스펙’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등에서 활용해 일종의 부정입학을 한 것 아니냔 의혹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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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19일 이 대학 관악캠퍼스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제4차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주광덕 의원·촛불집회 대학생들 사례로 들어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20일 오후 덕성여대 서울 종로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사회 불평등구조와 대학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한국대학학회 심포지엄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 비춰본 한국의 교육 문제’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교육 문제는 조 장관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정서를 폭발적으로 키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조국 사태에 대한 반응에서 눈에 띄는 건 입시제도에 대한 사회 성원의 편향들”이라면서 조 장관 딸 관련 의혹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온 이유를 △자기가 겪은 입시제도 선호 경향 △납작하고 빈약한 공정 개념으로 나눠 설명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자기가 겪은 입시에 대해선 잘 알지만, 다른 입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자신이) 잘 모르는 입시는 불신하는 경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김 교수는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조 장관 딸의 고교 시절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서 영어 과목 성적이 좋지 않다고 비판한 일을 언급했다. 주 의원이 조씨가 고교에 재학할 당시 내신 구조와 특목고의 상황에 대해 무지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서 조씨 관련 의혹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잇따라 촛불집회가 열린 일을 두고는 “서울대 또는 고려대 학생들은 자신의 스펙은 정당하지만 조씨의 의학논문 같은 스펙은 이상하다거나 기이하고, 엄청난 특혜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들의 불만 역시 2010학번인 조씨와 대부분 2015∼2019학번인 두 대학 재학생들 간 입시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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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층 따라 사태 다르게 봐… 공정개념 문제”

김 교수는 조씨 관련 논란이 계층적 지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하층에는 이번 사태가 상류층의 입시전략과 사회자본의 강력함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돼 불평등의 문제로 파악됐다”며 “반면 입시제도에서의 성공을 자신의 정체성의 한 축으로 삼는 상류층에겐 절차와 제도의 공정이라는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김 교수는 공정의 개념이 ‘납작하고 빈약하다’며 “공정하기만 하면 핵심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으로 평등을 대체하는 담론으로 작동하는 면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서 수능 중심의 정시 비중 확대 주장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정시 확대 주장과 맞물려 나온 수시전형 비판 담론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김 교수는 “이번에 수시가 대중적 불만의 원천이 된 이유는 재량권과 불투명성, 무책임성에 기초한 제도이기 때문”이라며 조씨 관련 의혹들에 한영외고와 고려대, 부산대 의전원 등이 책임성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떳떳하지 않아서, 또는 뭐가 터져나올지 몰라서”라고 그 이유를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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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들이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이 대학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4번째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입시제도뿐만 아니라 ‘대학 서열구조’ 깨야”

김 교수는 다만 현재 80%에 육박하는 수시 비중이 깨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시가 주요 교육 관계자들의 이익을 보증하기 때문”이라며 “또 주입식 교육으로부터의 해방이나 지역균형·사회적배려전형과 같은 형태로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등의 대의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학들이 자격을 갖춘 입학사정관을 확보한 만큼 수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문 대통령 지시로 교육부가 추진 중인 입시제도 개선과 관련해 “입시제도가 개개인의 자아정체성에까지 영향을 주는 사회에선 어떤 식으로든 더 나은 제도를 설계하는 게 매우 중요하지만, 이런 담론은 대학의 개혁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요점은 대학 서열구조를 깨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의 대학 개혁은 학령인구 감소와 그로 인한 정원 조정 문제로 축소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학 서열구조를 깨기 위한 한 방안으로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이기도 했던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는 전국 국립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이들 학교가 고른 질적 향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김 교수는 사립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조정과 어떻게 매개할지 등을 보완하면 이 모델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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