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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한미정상회담 전문가 제언 "文, 섣불리 北 제재 완화 말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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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23일 뉴욕서 정상회담
급하게 잡힌 정상회담 일정에 전문가들 "위험한 협상" 우려
"美 기류 바뀌었다고 섣부르게 제재 완화 말해선 안돼…'文은 金 대변인' 평가 재발할 수도"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관심 많아"…철저히 대비해야 제언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9번째 한·미 정상회담이다. 정부는 애초 문 대통령 대신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 측과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앉아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계획이 바뀌었다. 미·북 대화가 재개될 조짐이 보이자 문 대통령이 직접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유엔총회에 가기로 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에서 미·북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으로선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에 다시 불을 붙여 대북 평화 프로세스에 동력을 불어넣는 게 급선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대북 제재 완화 카드 검토를 미국 측에 제안하고, 미국 측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일정을 급하게 잡고 미국으로 향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완화를 다시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내에서 "정상회담이 어렵게 잡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회담에 마음이 급한 쪽은 한국 정부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진전이란 명분을 내걸고 북한이 요구해온 대북 제재 완화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유엔총회 참석을 급작스럽게 결정한 데서 보듯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한발짝 양보하는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면 한국은 나를 위해 무엇을 줄 수 있느냐'고 물을 것"이라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양국 현안에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문 대통령이 미국의 기류가 다소 바뀌었다고 해서 섣부르게 제재 완화를 제안할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작년 9월처럼 외신이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평가하는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양국 사이에 외교 현안이 쌓여있는 시점에 열리는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정말 의전에 매이지 않고 진지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문 대통령은 매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적극적인 한국 정부의 안(案)을 갖고 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범철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밀려서는 안 된다"며 "양 정상 간에는 '공정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분담한다'는 분담금 협상의 대원칙만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회담을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했다. 천 전 수석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현안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고 한국에 미국산 무기를 많이 팔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개최에 응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신중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동맹 균열 우려까지 제기된 한·미 갈등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일 갈등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윤 전 원장은 "한·일 갈등에 대해선 미국과 한국이 동상이몽"이라며 "한국 정부는 미국이 중재하는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을텐데, 지금은 미국이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했다. 천 전 수석도 "한·일 갈등은 우리가 입장을 정하기 전에는 미국도 쉽사리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지금 한·일 갈등의 본질은 청구권 협정과 대법원 판결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가 핵심"이라며 "(한국 정부가 입장을) 결정하지 않는 이상 한·일 갈등 해결은 요원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는 동아시아 전략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니 정상회담에서 언급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외교·안보전문가들의 인터뷰 전문. (가나다 순)

조선일보

남성욱 고려대 교수

ー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배경을 어떻게 보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다시 대화를 시작할 움직임을 보이자 문 대통령이 다시 중재자 역할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미국을 찾는 것으로 본다. 아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한발짝 양보하는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ー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반응할까.

"만약 문 대통령이 미국에 한발 양보할 것을 제안하면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면 한국은 나를 위해 무엇을 줄 수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한·미 사이의 현안에서 한국이 양보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겐 위험한 협상이다."

ー왜 위험한가.

"우선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 등 북한의 요구를 일정 정도 들어주도록 제안한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가 불확실하다. 그런 상황에 우리만 미국이 원하는 카드(방위비 분담금 증액)를 내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두번째로는 우리가 제안한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에 나선다고 해도 북한이 그러한 제안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ー한·미 정상이 이번에 만나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것은 한미동맹 정상화다. 문제는 현 정부의 사고방식으로 봤을 때 과연 그렇게 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한·미 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마음이 급한 것도 한·미 정상회담의 부정적 요인이다. 당초 이번 유엔 총회엔 이낙연 총리가 대신 갈 예정이었으나 최근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 제안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매파인 존 볼턴 NSC 보좌관을 경질하는 등 미·북 간 대화 기류가 흐르자 급작스럽게 일정을 만들었다.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으로 자신들과 대화에 나서지 않으니까 워싱턴으로 가는건데, 북한의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해 북한 편만 들다 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조선일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ー문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을 찾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번 유엔총회는 당초 문 대통령 대신 이낙연 총리를 파견하려고 했을 정도로 큰 의미가 있는 행사는 아니다. 사실 대한민국 대통령이 3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한 적이 흔치 않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왜 직접 미국을 가기로 했을까. 하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 관계 악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과 실무회담 의지를 피력하면서 미·북 대화의 방향성이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 중 비중이 더 큰 것은 후자로 본다. 지소미아 종료 이후 한·미 갈등 우려가 쏟아졌을 때에도 이 총리가 유엔총회에 참석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최선희가 담화를 발표하자 이러한 결정이 바뀌었다."

ー이번 정상회담에서 눈 여겨봐야 할 대목은 무엇인가.

"문 대통령이 미국의 비핵화 협상 기류가 바뀌었다고 섣부르게 제재 완화를 제안할지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작년 9월 상황이 재발하는 것이다. 작년 9월 유엔 총회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외신에선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뉴욕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은 다시 그런 모습을 연출해선 안 된다."

ー지난 4월 정상회담 때처럼 30분 단독회담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두 정상이 오랜 시간 대화를 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지난 4월 백악관에서 30분짜리 정상회담을 했을 때처럼 '문 대통령이 미국에서 홀대받았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게 청와대와 정부가 상당히 신경을 쓸 것이다."

ー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올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이 여기에 말려들어가면 안 된다. 정상 간에는 '공정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분담한다'는 분담금 협상의 대원칙만 재확인하면 된다. 나머지 구체적인 내용은 실무진이 협의할 부분이다."

ー미·북 실무 대화 재개 움직임이 보이면서 연내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민주당 후보에 밀리고 있다.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말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이벤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3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미국이 한국 정부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카드를 받아주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정부는 비핵화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북핵을 용인하는 게 된다. 실무협상 재개가 목전에 온 지금이야말로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해야 할 타이밍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ー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의미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미 관계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에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에선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수차례에 걸쳐 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첫번째 과제는 한미동맹 복원이 돼야 한다. 그런데 양 정상이 다뤄야 할 이슈들이 모두 무겁다. 문 대통령은 미·북 대화를 중재하면서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나설텐데 아직 미·북 간 비핵화 딜까진 길이 멀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원하는 게 4차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다. 이를 위해선 미·북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보고,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해 돌파구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ー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 간에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할까.

"두 정상이 의전용 행사가 아니라 정말 허심탄회하게 북핵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사이에 외교 현안이 쌓여있는 시점에 열리기 때문에 의전(儀典)에 매이지 않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할 때다. 사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심도있게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을 대하는 태도와 한·미 정상회담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차이가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5시간씩 골프를 치면서 독대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우리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ー두 정상 간에 한·일 갈등 문제도 논의할까.

"한·일 갈등에 대해선 미국과 한국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중재하는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을텐데, 지금은 미국이 움직일 공간이 없다. 일단 지소미아 종료 시점인 11월까지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미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한국 정부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ー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나.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난 뒤 오히려 한·미 관계가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져 이번 정상회담 개최에도 걱정이 많다."

ー이번 정상회담은 최선희 부상의 미·북 실무회담 재개 가능성 언급 이후 급하게 잡힌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현안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그는 또 한국에 미국산 무기를 많이 팔고 싶어 한다. 국무부와 국방부 관료들이 짚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지소미아 복원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ー북한 비핵화 문제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논의될까.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한·미 양측의 생각이 다르다. 서로가 '동문서답'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한·미 간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이걸 단적으로 보여준 게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이다. 이미 미국 쪽에선 '협상 결렬'로 선회했는데도, 청와대에선 계속 협상을 낙관하지 않았나. 미국이 이러한 신호를 한국에 줄만큼의 신뢰가 양국 사이에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북핵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핵 전문가가 대통령 주변에 없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백악관 NSC 간의 신뢰도 없고, 논의할 수준이 안 되니 대화가 안 된다."

ー문 대통령은 미·북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하려 할텐데.

"문 대통령은 매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적극적인 우리 정부의 안(案)을 갖고 가야 한다. 미국은 현재 영변 핵시설 동결만으로는 딜을 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 쪽도 이런 흐름에서 북한이 최소한 핵물질 생산 시설 가동 중단을 할 때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꺼낼 수 있다."

ー한·일 갈등에 대한 언급도 있을까.

"한·일 갈등은 우리가 입장을 정하기 전에는 미국도 움직이기 어렵다. 지금 한·일 갈등의 본질은 1964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작년 대법원 판결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다. 지금 정부가 밝힌 공식 입장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가 전부다. 청구권 협정이 우선인지, 아니면 우리 대법원 판결이 우선인지, 또 '국내 사법부 판결이 있더라도 정부 간 협약이나 조약을 우선한다'고 돼 있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7조'를 지킬 것인지의 문제다. 이걸 결정하지 않는 이상 한·일 갈등 해결은 요원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는 동아시아 전략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니 정상회담에서 언급을 할 가능성은 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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