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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돼지열병, 한강 이남 김포서 확진…"정부 방역망 뚫렸나" 우려 고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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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서 추가 의심신고…확진 판정되면 네번째 발병
정부, 감염경로 아직 파악 못해…초동대처 적정성 의문제기

경기도 연천, 파주 등 북한 접경지에서 발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강 이남인 김포로 확산됐다. 국내 첫번째 발병지였던 파주에서는 추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정부가 양돈 농가에 대한 소독을 대폭 강화하고 발병 지역 밖으로의 돼지 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관리지역 밖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오전 6시40분쯤 경기도 김포 통진읍 양돈농장에서 접수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확진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 파주의 한 양돈 농장에서 이날 오후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 됐다"고 밝혔다.

국내 세 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확진 판정이 나오자 마자, 네 번째 확진 판정이 나올 수 있는 의심 신고 접수 사실이 발표된 것이다. 의심 신고를 접수한 방역 당국은 가축방역관을 현장에 보내 임상 관찰을 벌이는 한편, 이 농장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 20일 접수된 2건의 의심 신고는 음성으로 최종 판정된 바 있다.

조선비즈

23일 오전 아프리카 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김포시의 한 돼지농장 인근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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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주말 사이 비와 바람을 몰고 온 17호 태풍 타파로 인해 집중 소독 등 방역효과가 약화됐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7,18일 파주, 연천에서 첫 번째, 두 번째 확진 판정이 나온 후 주춤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주말 이후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하루를 ‘전국 일제 소독의 날’로 정하고 농협 보유 소독 차량과 군 제독 차량 등을 동원해 양돈 농가와 관련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소독을 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소독약과 생석회를 도포하는 등 그간의 방역 조치를 조속히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강 이남인 김포 지역으로 확산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포는 경기 파주·연천·포천·동두천, 강원 철원 등과 함께 정부가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한 6개 시·군에 속하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주요 이동 경로인 한강 이남이라는 점이 다른 관리 지역과 차별성이 있다. 발병이 확진된 김포 농장은 첫 번째 발병 사례인 파주 농장과는 13km, 두 번째 발병 사례인 연천 농장과는 45km 떨어져 있다.

만약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김포 이외 지역으로 번진다면, 수도권 전역 및 전국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방역이 실패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정부의 초동대처가 적절했는 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가 17일 국내 첫 발병 이후 6일이나 지났지만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독 중심 방역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하루에만 김포와 파주 등지에서 잇따라 질병 확진 판정과 의심 신고가 나오면서, 최대 3주간의 질병 잠복기 동안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 발병이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최초 발병 이후 파주, 연천 지역 농가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밀 검사를 하고 있지만, 전체 농가의 30%에서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70% 농장은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밀 검사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틀만에 전국적인 가축 일시이동중지명령이 해제된 것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최초 확진된 17일 발령된 일시이동중지명령은 다음날 연천에서 확진 사례가 잇따랐는데도 연장되지 않고 48시간만 유지되다가 19일 오전 6시 30분 해제됐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가 길게는 19일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급한 판단이자, 기존 매뉴얼의 '기계적' 적용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추가 확진 사례가 나오면 다시 일시이동중지명령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농식품부 "연천 농장의 확진이 일시이동중지명령 중인 48시간 이내에 있었기 때문에 추가 발령하지 않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추가 발생하면 다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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