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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감염경로 모르고, 방역망 뚫리고…구멍난 돼지열병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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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경기 연천서 또 ‘의심신고’
질병 발생원인·감염경로 아직 ‘오리무중’
예방 정밀검사 결과 뒤집힌 사례도 속출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인천광역시, 경기도, 강원도 전역을 중점관리지역으로 확대하고 48시간 돼지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질병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모습이다.

25일에는 인천시 강화, 경기 연천 등에서 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또 접수됐다. 지난 23일 경기 김포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며 한강 이남으로 남하한 돼지열병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휴전선 접경지 등 경기 북부로 설정한 정부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돼지열병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다 촘촘하게 차량 이동 등을 통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돼지열병이 경기도 밖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비즈

지난 24일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정 판정을 받은 돼지들이 살처분 되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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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남하한 돼지열병, 수도권으로 확산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서 모돈(어미돼지) 5마리에서 돼지열병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는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증상을 보인 모돈 5마리 중 2마리가 폐사했다.

이 농가는 5차 확진 판정을 받은 강화 송해면에서 남쪽 방향으로 8.3㎞, 4차 확진 판정을 받은 김포 통진읍에서 서쪽 방향으로 6.6㎞ 떨어진 곳에 있다. 한강 이남인 김포에서 발병한 돼지열병이 강화 전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2차 발병지인 경기 연천에서는 이날 추가 의심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강화에서 돼지열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 강화는 국내 첫 발병이 확인된 지난 17일 이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된 6개 시군(파주, 김포, 연천, 포천, 동두천, 철원)에 포함되지 않았던 곳이다. 강화는 지난 23일 5차 확진 판정 이후에야 차량 이동이 통제되기 시작해 5차 확진 판정 이전에 강화도 농가를 방문한 차량 등이 돼지열병 바이러스 전파 매개체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돼지열병 잠복기가 21일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화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질병 역학관계 판단이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돼지열병 최초 발병지인 파주 연다산동 농가는 3차 확진 판정을 받은 김포 통진읍 농가와 13.7㎞, 5차 강화 송해면 농가와 21.1㎞ 떨어져 있다. 2차 발병지인 연천 백학면 농가(33㎞ 거리)에 비해 김포, 강화의 3, 4차 발병지와 더 가깝다. 2차 발병지와 4차 발병지(파주 적성면) 사이 거리는 7.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돼지열병 방역망을 경기 북부, 강원 등 휴전선 접경지 뿐만 아니라 한강 유역까지 광범위하게 지정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 3차 확진 판정이 나오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설정한 돼지열병이 중점관리지역 밖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강 유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낙연 총리, 허술한 방역체계 질책

조선비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아직 질병 발생원인, 감염경로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차량, 사람, 축산물 등 질병 감염경로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염두에 두고 역학관계를 조사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전날(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도 "아직은 결정적인 역학적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농식품부 등 방역당국이 예방을 위해 실시하는 정밀검사 등도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3차 발병지인 김포 농가에서는 지난 20일 예방진찰을 위한 정밀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23일 양성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4차 발병지인 파주 적성면 농가도 예방 정밀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추후 확진 판정이 나온 사례로 농식품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 방역 당국을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는 부랴부랴 양돈 농장 정밀검사 과정에서 돼지 혈액 샘플 채취 개체 수를 늘리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7일 돼지열병 양성 판정 이후 전체 28개 농가 5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으며, 2만 마리를 매몰처리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전역에 퍼지고 있는 돼지열병 확산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돼지 살처분으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40% 급등해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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