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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트럼프 탄핵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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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2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또 유엔 총회에서 25일 만난 두 대통령은 7월 25일 통화 내용엔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 대선후보)에 뒷조사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압박을 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젠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당시 통화는 정상적이었으며, 아무도 자신을 압박하지 않았다는 것을 녹취록을 들어보면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25일 공개한 녹취록 요약본을 보면 트럼프가 젠렌스키에게 바이든과 그의 아들에 대한 뒷조사를 요구하면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 그리고 자산의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접촉하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두 대통령은 이런 통화(바이든 뒷조사)가 군사원조 등 대가를 매개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쪽에선 통화 내역을 살펴보면 대가(quid pro quo)가 개입돼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원인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녹취록 공개 후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원조를 들먹일 필요는 없다"면서 통화 내용엔 두 정상간의 거래 의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트럼프에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 언론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사안의 추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력이 없었음을 주장했지만, 현지 언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5일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녹취록 내용에 대해 분노했다"면서 "트럼프가 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을 확인한 뒤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을 위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녹취 요약본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게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압박하고 있음을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비록 두 사람의 대화에서 명백한 대가에 대한 얘기는 없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원조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 트럼프는 법무 장관, 자신의 변호사와 상의하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대가를 바라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가짜 언론'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면서 발끈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가 바이든 부자(父子)의 비리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바이든의 아들 '헌트'는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 회사의 이사가 돼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민주당의 공세

지난 7월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이 통화하기 1주일전 트럼프 대통령은 4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계획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협상을 좋아하는 트럼프가 이후 이 미끼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기 위해선 혐의에 대한 강한 확신이 필요했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펠로시 하원 의장이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러시아 스캔들 때와 달리 혐의 내용이 명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 명백한 혐의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세 확산을 기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6년 미국 대선 관련 러시아 스캔들에서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변모한 까닭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 보호 및 당권 결집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야당에선 트럼프가 군사원조 문제를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제거에 연계시켜 법적·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는 평가들도 많이 나왔다.

탄핵이 추진되면 민주당은 이를 계속해서 정치적 모멘텀으로 활용하려할 수 있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바이든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민주당 내 경선구도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의 탄핵 과정은 하원 의원 과반수 의결과 상원의원 2/3 의결을 요한다. 현재 하원 435명의 의원 가운데 민주당이 235명, 공화당 199명, 무소속 1명으로 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하지만 100명으로 구성된 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으로 공화당이 우세하다. 트럼프 탄핵을 위해선 공화당 내에서 상당히 많은 이탈자가 필요한 것이다.

■ 공화당 지배하의 상원...현실적으론 탄핵 어렵고 바이든 역풍 가능성도 있어

하원 탄핵을 위해선 가결정족수는 218명이다. 민주당이 똘똘 뭉치면 하원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구도인 것이다.

다만 하원에서 가결되더라도 상원을 통과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트럼프 지원에 나선다면 탄핵은 불가능하다. 상원의원 2/3의 찬성을 요하는 상황에서 상원의원의 절반 이상이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또 하원 탄핵 과정에서 바이든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유력한 대선 주자를 잃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소극적으로 나오거나, 아니면 다른 주자로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지 동력을 확보하고 대선과 관련해 새로운 카드를 내놓는 전략을 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치 온라인 베팅 사이트 기준 트럼프 탄핵 확률이 40% 이상으로 치솟고 하원 탄핵안 가결정족수 218명 중 200명의 탄핵 지지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다만 탄핵 추진은 대선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이 공격받을 수 있어 양날의 검 성격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때문에 탄핵안 상정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여러 이슈들로 인해서 민주당 내에서는 엘리자베스 워런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트럼프와의 가상 대결구도에서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 탄핵 현실화 되려면...지지율과 경제환경도 중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과 관련해 닉슨의 워터게이트(1972년), 클린턴의 지퍼게이트(1998년)도 회자되고 있다.

지지율이 낮았던 닉슨 대통령은 탄핵됐고 지지율이 높았던 클린턴 대통령은 무사히 임기를 마쳤다. 닉슨 대통령은 20%대의 지지율로 버티기 어려웠던 반면 클린턴 대통령의 6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닉슨의 탄핵사유는 사법방해와 직권남용, 의회모독 등이었으며, 닉슨은 원표결 직전인 1974년 8월 9일 사임했다. 사임 후 2달간 주가지수는 3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클린턴의 탄핵사유는 사법 방해와 위증 등이었다. 클린턴 탄핵안은 1998년 12월 19일 하원을 통과했으나 1999년 2월 12일 상원에선 부결됐다. 당시 뉴욕 주가는 하원 표결 전 하락, 표결 후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상승, 상원 부결 결정 후 급등 양상을 나타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닉슨과 클린턴의 중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경제 환경과 관련이 깊었다.

하건형 연구원은 "닉슨의 워터게이트, 클린턴의 지퍼게이트 때 소비심리지수나 ISM 제조업지수 등 서베이 지표는 양 기간 모두 부진했다"면서 "하지만 성장세는 차별화됐다. 경기 확장 국면이었던 클린턴 시기에는 4% 경제성장률이 유지됐던 반면 닉슨 때는 스캔들 발발 전부터 성장세가 둔화됐고 경기는 침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결국 이런 경험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 연구원은 "트럼프가 경제정책을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내세우는 만큼 경기와 금융시장 흐름에 지지율도 등락한다"면서 "탄핵 이슈가 부상할수록 트럼프의 정책 방향은 성장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탄핵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데다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경제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확보 차원에서 탄핵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미·중 무역분쟁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우려도 상존한다"면서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기까지 약 15개월이 소요됐고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도 르윈스키 스캔들 발생 이후 1년 이상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신문

자료=신한금융투자



■ 미국의 탄핵 이슈와 금융시장

닉슨, 클린턴 스캔들에서 보듯이 탄핵 이슈는 대체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고 채권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우선 이들 스캔들 때 일단 채권시장은 불확실성 심화를 이유로 강세를 나타냈다.

주식시장의 경우는 좀 달랐다. 닉슨의 경우 하락세에 무게가 실렸으나 클린턴 정부에선 주가가 올랐다. 클린턴 때는 하원 표결 전엔 주가가 하락한 뒤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클린턴 당시엔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좋았던 점 등으로 주가가 지지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번 탄핵 이벤트의 경우 지속성이 커질 경우 위험자산에 부담을 주고 안전자산선호를 강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가 위기 탈출을 위해 경기 확장에 노력할 수 있으나 미중 무역분쟁 등을 오래 끌고 가려고 할 수도 있다.

김형렬 연구원은 "탄핵 이슈는 단기적으로 주식 투자 센티먼트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가 국내 정치 안정을 우선 과제로 삼아 미·중 무역분쟁, 북미 관계 문제 등이 장기화될 가능성, 탄핵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트럼프 재선 실패 → 엘리자베스 워런 당선 시나리오로 흘러가 반기업적 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워런은 반기업적 성향의 민주당 대선 후보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다만 "이 이슈가 장기적으로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과거 사례를 분석했을 때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증대되고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으나 경기가 좋았던 시기에는 조정 후 낙폭을 전부 회복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탄핵 문제를 금융시장 가격 변수와 연계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과거 사례 역시 단순히 탄핵 이슈만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광혁 이베스트 연구원은 "과거 탄핵 스캔들을 볼 때 주가지수 상으로는 분명히 이 이슈 후 주가 조정이 나타났지만 그것이 탄핵에 의한 조정이라는 점은 불분명하다"면서 "1973년 3월 워터게이트 조사가 시작됐지만 1973년 10월 중동전쟁으로 인한 1차 오일쇼크가 시장 조정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98년 8월의 조정도 러시아가 8월 17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가 경제를 분석할 때 오일쇼크와 러시아 모라토리엄을 주요 이벤트로 고려하지만 대통령 탄핵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신문

자료=교보증권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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