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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과 대화를 했다가 참석자들에게서 호된 질책을 받았습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정부 각료들과 함께 어제(27일) 저녁 완차이 지역의 퀸엘리자베스 경기장에서 시민 150명과 공개 대화를 했습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자 캐리 람 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와 함께 시민과의 대화, 경찰민원처리위원회의 경찰 진압 과정 조사, 홍콩 사회 문제의 뿌리 깊은 원인 조사 등 4가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어제 행사는 캐리 람 장관이 약속한 시민과의 대화 중 첫 번째 행사였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대부분 람 장관을 호되게 꾸짖으면서 강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한 시민은 "홍콩 시위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당신으로, 당신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시민은 "시진핑 중국 주석조차 당신과 어울리는 것을 부끄러워한다"고 쏘아붙였습니다.

한 참석자는 "모두 당신이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실제로 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비꼬았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 실태를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의 구성이었습니다.

발언권이 주어진 참석자 30명 중 거의 절반이 독립 조사위원회의 구성을 촉구했습니다.

캐리 람 장관이 경찰민원처리위원회가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자 시민들의 호된 질책이 쏟아졌습니다.

한 참석자는 "경찰은 정치적 도구가 됐으며, 그들의 행동을 통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며 "경찰민원처리위원회는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참석자는 "많은 사람이 독립 조사위원회의 구성을 촉구하고 있는데, 당신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늘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질타했습니다.

또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산욱링 구치소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습니다.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들을 감금하는 산욱링 구치소에서는 경찰이 시위 참여자를 구타하고 가혹 행위를 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캐리 람 장관은 중국 본토와의 접경 지역에 있는 이 구치소를 앞으로 더는 경찰이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문의 사실 여부도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체포된 시위자 석방 요구에 대해서는 "법을 위반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며, 체포자 석방은 홍콩의 법치주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거부했습니다.

행사장 밖에서는 시위대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행사장 인근에 3천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지만, 캐리 람 장관은 행사가 끝난 밤 9시 30분 이후에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시위대가 모두 흩어진 새벽 1시 30분에야 행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희준 기자(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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