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와 정삼회담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한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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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유검(言中有劍·말 속에 칼이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초유의 검찰 수사 국면에서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검찰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검찰이 조 장관 주변 수사와 관련한 피의사실이나 수사정보를 언론과 야당에 흘리고 있다고 판단해 묵직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 남에게 싫은 소리를 좀처럼 하지 않기로 정평이 난 문 대통령이 검찰에 참았던 메시지를 던진 데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함에 따라 범여권과 검찰의 갈등 국면이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 장관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 양상과 관련해 청와대의 불편한 속내는 이미 여러 관계자의 불만 표시로 제기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특히 이달 초에는 검찰이 조 장관 가족 관련 수사 과정에서 유례없는 대규모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마치 내란 음모 수사하듯 한다"며 불평을 터뜨린 바 있다.
조 장관 관련 수사를 두고 당청과 검찰 간 분쟁이 격화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검찰에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하면서 이를 둘러싼 파문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찰이 조 장관 주변에 대해 유례없는 먼지떨기식 압수수색을 펼치면서 언론과 야당에 피의사실이나 수사정보를 유출하는 식으로 언론·정치 플레이를 하는 현실을 문 대통령 특유의 화법으로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절제된 언어 속에서도 서슬 퍼런 칼을 놓아두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이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검찰에 대해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은,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임명한 조 장관을 검찰이 흔들어대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도 문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조 장관을 임명하면서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 나간다면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하게 보여줬다"면서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최근 들어 '검찰이 조 장관 가족에 대한 피의사실을 토대로 언론플레이를 펼치며 검찰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는 심증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때 조 장관과 당시 담당검사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자 메시지를 내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검찰에서 "담당검사가 조 장관과의 통화를 매우 부적절하게 느꼈다"고 강조한 것을 의도가 분명한 '저항'으로 받아들였을 개연성도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검찰은 물론 정치권과 국민에 대해서도 일단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를 지켜보고 산적한 현안에 집중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조국 대전(大戰)'에만 매몰되지 말고 민생과 경제, 외교안보 등 시급한 현안을 함께 풀어 나가자는 의미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 중에서 '지혜를 모아달라'는 부분은 검찰에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도 당부하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개 강연에서 "검찰이 말을 안 듣는다"고 말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강 수석) 본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어쨌든 (강 수석의 발언이)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해 강 수석은 전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강연에서 강 수석은 "검찰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에 우리가 보았던 그런(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등의) 일을 했다"고 꼬집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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