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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총재의 경기 우려와 디플레 기대 차단의지..'이벤트 디펜던트'한 한국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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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금융신문

사진=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금) 저녁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통화정책과 관련한 '열린 스탠스'를 보였다.

10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1.25%로 낮출 것이란 기대가 큰 가운데 총재는 회의 전까지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총재는 경기 우려를 표시했지만, 저물가 우려가 과도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미중 무역협상과 반도체 경기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 대외 불확실성 크다...미중협상·브렉시트·원유시설 피격

한은이 줄곧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거론해왔지만, 여전한 불확실성은 통화완화 스탠스를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이 총재가 뽑은 주요 대외 불확실성은 미중 협상, 그리고 브렉시트다. 7월말 이후 중단됐던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고 영국에서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방지법이 의결이 됐다. 하지만 이 두 이슈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 총재의 고민이 있다.

이 총재는 "실상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여전히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 총재는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주목해서 봐야 할 변수로 꼽았다. 사우디 원유 생산시설 피격 후 여전히 원유수급과 앞으로의 유가방향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경기 반전모멘텀 찾기 쉽지 않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계속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고용과 소비 호조로 양호한 흐름이지만, 다른 주요국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유로지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의 제조업 부진으로 2/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고, 중국에서도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수출, 그에 따른 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가 언제 반전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IMF 등이 내년은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연내에는 글로벌 경기의 흐름이 반전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적으로 경기관은 낙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총재는 "무역분쟁,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러 곳에서 발생했는데 그런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보니까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점, 그리고 글로벌 밸류 체인이 약화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보면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좀 더 갈 것"이라고 했다.

■ 국내경기 하방리스크 크다

국내 경기에 대한 이 총재의 시각도 비관적인 쪽에 가깝다.

이 총재는 "7월 전망 후 두 달이 흘렀다. 전망에 상,하방 리스크가 다 있기 마련인데 두 달간의 흐름을 보면 하방리스크가 좀더 크다"고 했다.

결국 7월에 하향 수정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 2.2%의 달성이 어려울 수 있음을 고백한 것이다.

이 총재는 "2.2%의 달성이 녹록치 않다 그렇게 말씀을 드리겠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되느냐 그것까지는 아직 짚어볼 게 많고 그래서 쉽지 않다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수출이 10% 가까이 줄어든 데다 투자 역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기에 민감한 내구소비재도 부진하다고 했다.

수출과 투자 부진의 가장 주된 요인으로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지연을 꼽았다.

총재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 시기 진입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걸로 예상된다"고 했다.

■ 9월 물가상승률 마이너스 예상...디플레 기대 차단의지는 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였다. 하지만 좀더 세밀하게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4% '하락'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한 달, 혹은 두 달은 물가의 마이너스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총재는 물가의 하락이 장기화되고 하락 품목이 확산되는 것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는 디플레의 '정의'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상황이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8월 0%의 물가상승률 역시 지난해 농산물 가격 급등에 다른 기저효과가 컸다고 했다. 몇 개월 후 기저효과 해소를 감안할 때 연말이나 내년 초에 물가상승률은 1% 내외로 올라설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9월 물가에 대해 한은은 일단 마이너스로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러면 그것이 아무래도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라면서도 기조효과 영향임을 강조했다.

또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해서도 기대인플레가 실제 인플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상했던 바라고 했다. 아무튼 한국에 아직 디플레이션 징후는 없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일본 같은 경우에는 옛날에 디플레이션이 심할 때는 60∼70%까지, 전체 조사대상 품목의 3분의 2가 마이너스로 간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아마 30% 미만"이라고 했다.

또 정부정책의 효과와 농축수산물, 석유가격 같은 공급 충격 영향을 제거하면 물가상승률이 1%대 초반대로 디플레와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 통화정책, 원론적 답변 고수..3주간 상황 변화 따라 결정

이 총재의 스탠스는 불확실 요인 등으로 대내외 경기 하방요인이 우세하다는 쪽이다.

이런 점은 금융시장의 관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여건을 바탕으로 얼마나 더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은이 통화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완화 정도를 얼마나 더 확대할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시장이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이 총재는 3주간 다시 열심히 점검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총재는 "다음 금통위까지 한 3주정도 남았지만 그때까지 가능한 한 입수되는 모든 지표를 살펴봐서 그것을 토대로 거시경제와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 질문자가 10월 금리인하 전망이 시장에 5:5라면서 시그널이 없다고 하자 "확실한 시그널이 안 됐다면 제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웃기도 했다.

총재는 "시장이 늘 50:50으로 했으면 좋겠다. 제가 명확한 시그널을 주리라고 예상하고 질문하신 것은 아마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남은 3주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자고 했다.

최근 파월 연준 의장이 데이타 디펜던트 입장을 보였던 가운데 일단 한은은 형식적으로 '데이타와 이벤트 디펜던트'한 입장이다.

한은이 통화정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두 가지 요인은 미·중 분쟁의 전개양상, 그리고 반도체 경기 회복 시점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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