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우산 혁명’ 5주년 기념 집회에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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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넉 달째 홍콩을 뒤흔들고 있는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의 계기를 제공한 살인범이 다음달 23일 석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보도했다.
홍콩 정부가 지난 4월 범조인 인도 조례 입법을 추진한 것은 지난해 2월 대만에서 홍콩 남성 찬퉁카이(20)가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쳐온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처벌 여론이 압도적이었지만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홍콩은 대만에서 발생한 범죄를 처벌할 수 없었다.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대만으로 찬퉁카이를 인도할 수도 없었다. 찬퉁가이에게 적용된 혐의는 여자 친구의 돈을 훔친 절도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이 전부였다. 재판부는 찬퉁카이에게 징역 29개월형을 선고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조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면서 송환법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은 홍콩 사법체계의 허점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법안 추진을 강행했다. 시민들은 송환법 반대 시위로 맞섰다.
17주째 이어지고 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연인원 수백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와 경찰은 최루탄과 화염병을 주고받으며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불러온 당사자인 찬퉁카이가 다음 달 23일 출소한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민주당의 앤드루 완 의원은 역외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살인, 학살 등의 중범죄에 대해서는 법원이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법안을 긴급 발의했지만, 친중파인 홍콩 입법회 의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완 의원은 “친중파 진영은 정의를 실현할 마지막 기회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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