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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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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편 상영’ 부산국제영화제… 딱 10편만 꼽아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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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풍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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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의 바다에 풍덩 빠져 볼 시간이다. 올해 24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3일부터 열흘간 흥겨운 축제를 벌인다. 85개국 영화 303편이 부산 영화의 전당과 센텀시티ㆍ해운대 일대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올해 부산영화제에 새로 합류한 프로그래머들이 세계에서 영화를 골라 와 알찬 시간표를 꾸렸다. 칸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 화제작들도 다수 포함됐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 폐막작은 한국 영화 ‘윤희에게’다.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서 고민에 빠진 예비 관객을 위해 프로그래머들이 강력 추천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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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위부터) ‘쏘리 위 미스드 유’ ‘커밍 홈 어게인’.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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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영화 대가들이 한자리에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새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선보인다. 고레에다 감독이 해외에서 외국어로 찍은 첫 영화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이었다. 자서전 출간을 앞둔 프랑스 영화계 대스타 파비안느와 그의 딸 사이에 빚어진 격렬한 충돌을 카트린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한다. 이선 호크의 출연도 반갑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대가이자 ‘블루칼라의 시인’이라 불리는 영국 켄 로치 감독은 ‘쏘리 위 미스드 유’에서 디지털 노동 플랫폼에 기반한 긱 경제(Gig Economy)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다. 택배 트럭을 사서 자영업자가 됐지만 더욱더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된 택배 노동자 가족의 고단한 삶이 아프고 애잔하다. 신자유주의 아래 가혹한 생존 경쟁에 내몰린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영화 ‘스모크’와 ‘조이럭 클럽’으로 세계 영화계에 족적을 남긴 중국계 웨인 왕 감독의 신작 ‘커밍 홈 어게인’도 놓쳐서는 안 되겠다. 재미동포 이창래 작가의 단편 에세이를 영화화한 작품. 암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한 남자의 심리를 대변하듯, 이문세의 ‘옛사랑’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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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가 이야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굴’ ‘야구소녀’ ‘니나 내나’.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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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한국ㆍ아시아 신작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답게 아시아 영화계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작품들도 두루 아우른다. 중국 욘판 감독은 첫 애니메이션 영화 ‘7번가 이야기’로 돌아온다. 1967년 격동기 홍콩을 배경으로 어머니와 딸, 과외교사 세 사람 사이에 감춰진 욕망과 위험한 관계를 매혹적인 음악과 영상미로 묘사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다. 2018년 태국 유소년 축구팀 동굴 조난 실화는 톰 윌러 감독에 의해 영화 ‘동굴’로 만들어졌다.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17일간 버틴 소년들의 생존기와 다국적 구조대의 구조작전이 감동을 안긴다. 실제 인물도 배우로 출연한다. 한국 영화 ‘니나 내나’는 ‘환절기’와 ‘당신의 부탁’으로 호평받은 이동은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오래전 자식들을 두고 재가한 엄마에게서 “보고 싶다”는 편지를 받은 세 남매가 티격태격하며 엄마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 그려진다. 어느 가족의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애가(哀歌)가 가슴을 적신다. 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는 여성 야구 선수 최초로 프로구단 입단을 꿈꾸는 여고생의 도전기를 그린 청춘물이자 성장물, 그리고 여성 영웅물이다. 독립영화계 스타 이주영과 곽동연이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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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위부터) ‘99개의 노래’ ‘두 교황’.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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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계가 먼저 발견한 문제작

프랑스 영화 ‘레미제라블’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과 더불어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 레주 리 감독은 첫 장편영화로 경쟁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상까지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켰다. 파리 외곽 도시 몽페르메유, 폭력적인 경찰에 맞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주민 소년들이 전면전을 펼친다. “‘레미제라블’은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경보 발령이다.” 감독의 뜨거운 외침이 가슴을 울린다. 비쉐쉬 크리쉬너무티 감독의 인도 영화 ‘99개의 노래’는 A. R. 라흐만이 스토리와 음악을 담당해 제작 단계부터 이목을 끌었다. 라흐만은 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석권한 세계적인 뮤지션이다. 자신의 목표와 열정을 깨달아 가는 한 음악가의 여정을 담은 음악 영화다. 인도 영화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나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한 ’두 교황’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다룬다. 꼼꼼하게 묘사된 권력 이양 과정과 두 전ㆍ현직 교황의 사적인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의 열연, 실제 인물과의 싱크로율이 경이롭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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