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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태풍·돼지열병에도 정치권은 거리로..."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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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거리의 정치-울분 토하는 민생 현장]

"먹고살기 힘들다" 아우성에도 경제 고민하는 사람 없어

상인들 "가뜩이나 장사 안되는데 ASF에 손님마저 끊겨"

청년층 "취업난 심각한데 '조국 블랙홀'에 나몰라라" 불만

'미탁' 피해 지역선 "복구 손놓고 쌈박질...정치 존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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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경제를 고민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네요. 태풍에 전염병 등 국가적 재난사태가 벌어졌는데 국민들마저 둘로 쪼개진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과연 대한민국에 정치가 존재하는지 회의감마저 듭니다.”

6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한 50대 상인은 깊은 한숨을 내뱉은 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울분을 토해냈다. 끝 모를 경기불황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영세자영업자와 시장상인들은 생존권까지도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민생은 외면한 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편 가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다. 잇따른 태풍으로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양돈농가가 초토화되는 등 재난으로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흔들린 현장 곳곳에서도 정쟁에만 매몰된 정치 현실을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시민들은 이제라도 정부·여당과 야당이 ‘길거리 쌈박질 정치’를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가 제발 민생을 챙겨달라고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돼지열병 이후 고기도 잘 안 들어오고 손님마저 뚝 끊겨 이번 달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장관 한 사람한테만 올인하고 있어 마치 나라에 ‘망조’가 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다는 주부 오모씨는 “요즘 태풍 피해, 돼지열병, 거기에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삼중고·사중고를 겪는 느낌인데 이런 힘든 경제상황들이 ‘조국 사태’에 가려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남대문시장에서 20년째 잡화점을 운영 중인 40대 상인 박모씨도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한일 갈등으로 일본인 관광객마저 줄면서 점포임대료를 내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라며 “제발 정치인들이 선거철 때만 잠깐 시장에 얼굴을 비출 게 아니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를 살릴 고민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형마트의 체인점 사장인 이모씨 역시 “소비침체로 유통업체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체인점 폐업률도 급증하고 있다”며 “얼마 전 본사에서 미리 납품한 물품의 판매대금 결제를 보증해달라는 이행보증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힘든 청년층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20대 취업 준비생인 이모씨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최근 조국 장관 사태를 보면서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며 “대내외 악재로 사상 최악의 경기불황이 전망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아무도 경제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박모(25)씨도 “수출악화를 비롯해 우리가 좀 더 신경 쓰고 챙겨봐야 할 뉴스들이 많은데 온통 조 장관에 대한 기사들로 도배되고 있다”며 “최근 조 장관을 둘러싼 찬반 집회 열기가 고조되면서 양분 사태가 오래갈 것 같아 더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2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제18호 태풍 ‘미탁’의 피해복구가 한창인 현장에서도 ‘과연 대한민국에 정치가 존재하느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 중 한 곳인 경북 영덕 주민들은 같은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분통을 터뜨렸다. 성복수(67) 강구면 오포2리 이장은 “태풍이 올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질 뿐 나라가 온통 ‘조국’ 이야기뿐”이라며 “장관 한 명 때문에 민생은 돌보지 않고 싸움만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태풍에 따른 산사태로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부산에서도 정치권을 향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부산에 사는 황나리(40)씨는 “정치인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희생자 가족을 지원하겠다며 그럴 듯한 말만 쏟아내지만 정작 동매산 산사태 현장에 가서 흙 한 줌 퍼낸 정치인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돼지농가를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현장에서도 성토는 이어졌다. 추가 확진 판정과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경기도 내 농가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경기도 파주의 한 돼지농가 관계자는 “돼지열병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조 장관을 놓고 싸움질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제발 민생현장 좀 챙겨달라”고 호소했다. /김정욱·김현상기자 영덕=손성락기자·전국종합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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