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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1조원 팔린 DLS 반 토막-금융사 모럴해저드·금감원 방관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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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100% 손실을 불러온 DLS 사태는 수수료 이익 챙기기에 눈이 멀었던 은행의 탐욕과 금융당국의 방관에서 비롯됐다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총 1조원 가까이 팔렸고 앞으로도 만기가 속속 돌아올 예정이어서 투자자 손실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1일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8월 말부터 우리·KEB하나은행, IBK·NH·하나금투, 교보·KB·메리츠·유경·HDC 등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합동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S는 기초자산(독일 국채금리, 영국·미국 이자율 스와프 금리)이 만기까지 기준치(배리어)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4%의 고정 수익을 얻지만,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고위험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은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가 발행했다. 이렇게 발행된 DLS를 묶어 펀드(DLF)로 만든 운용사는 KB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등이다.

지난 8월 8일부터 9월 25일까지 만기가 돌아와 확정된 손실액은 669억원으로 투자 원금(1227억원) 대비 손실률은 -55%에 달했다.

매경이코노미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하나은행이 판매한 DLS 3954건 가운데 20%인 790건이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로 조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판매 과정에서 상품 선정위원회를 졸속으로 운영하고 투자자들에게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한 예로 우리·하나은행에서 설정된 DLS 상품 1133건 중 선정위원회 심의에 올라간 경우는 불과 8건(0.7%)에 그쳤다. 이마저도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절하자 상품 출시 찬성으로 임의 기재하는 등 졸속 운영됐다. 출시 이후에는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배점을 다른 은행보다 최대 7배 높게 책정했다. 영업직원과 PB(프라이빗뱅커)들은 ‘원금 손실 확률 0%’라는 마케팅 자료에 근거해 투자자에게 광고 메시지를 뿌렸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IB들이 미중 무역분쟁 등 악재를 예상하고 기존 투자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DLS 구조를 짜서 제안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 DLS는 외국계 IB와 국내 증권사 간 ‘백투백 헤지’로 구성됐을 가능성이 높아 DLS 투자자들의 손실에서 발생한 이익은 거래 과정에서 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쉽게 말해 금융사들은 상품 판매 수수료 이익만 챙겼을 뿐 투자자 손실로 이득을 본 거래 주체는 아무도 없다는 의미다.

이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인 은행 주문대로 상품을 만들어 운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DLS의 설계·제조·판매까지 은행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금감원이 형식적으로만 감독하다 보니 은행들은 부도덕한 영업을 하고 그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8호 (2019.10.09~2019.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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