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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돼지열병의 역설…롤러코스터 돼지고기 도매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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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위축에 돼지고기 수요 ‘뚝’

대신 소고기·닭고기 찾는 손길 늘어

소매가는 반영 안돼…소비자·양돈농가 ‘죽을 맛’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이후 한 때 ‘금겹살’ 우려를 낳을 정도로 급등했던 돼지고기 도매가가 시간이 흐를 수록 오히려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염병의 역설’이다.

보통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방역당국의 조치로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지만, 최근 돼지고기 도매 시장에서는 가격이 오히려 급락하는 등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급등→급락’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던 도매가와 달리 돼지고기 소매가는 변동폭이 크지 않다. 고작 ㎏당 100~200원 가량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전염병의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는 소비심리와 일시적인 공급 과잉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에 급기야 대형마트들이 경매 시장에 직접 참여하거나 양돈 농가와의 직거래를 통해 할인행사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헤럴드경제

돼지고기 도매가 추이 (탕박, 1kg)


11일 축산물유통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탕박 기준)는 10일 현재 1㎏당 3327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돼지열병 발병 후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달 18일(6201원)보다 46.3% 하락한 수준이다. 국내 첫 돼지열병 확진 직전인 같은 달 16일(4558원)보다 27%,지난해 9~10월 평균 가격인 5006원보다도 33.5% 낮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예상외로 급락한 것은 일종의 가축 전염병의 역설 같은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전염병이 발병하면 공급 감소로 가격이 치솟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먹거리와 관련한 일이다보니 소비자들이 경제적 관점에서 행동하지 않다보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돼지열병 발병 이후 돼지고기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바닥을 친 상태다. 대신 소고기와 닭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고기·닭고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유통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0일 현재 소고기와 닭고기 가격은 ㎏당 각각 1만8085원과 1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돼지열병 발병 직전인 지난 달 16일에 비해 각각 23.9%, 144% 급등한 수준이다.

여기에 양돈 농가들은 방역당국의 이동금지나 살처분 명령 등을 피해 선출하하거나 정부 처분이 해제될 때 출하가 늦춰졌던 물량을 대량으로 경매시장에 쏟아 내고 있다. 수요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공급은 산발적으로 쏟아지다보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돼지고기 도매시장 상황이 소매가격에는 반영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0일 돼지고기 삼겹살 소매가격은 ㎏당 2만49원으로, 평년 가격(1만9935원)보다 114원 가량 비싸다. 돼지열병 발병 이전인 지난달 16일(2만127원)에 비해선 오히려 100원 가량 낮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양돈 농가를 지원하고자 지난 10일부터 일제히 돼지고기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소비가 많은 삼겹살과 목살을 지난 9일부터 15% 낮춘 100g당 168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100g당 2000원에 육박하던 냉장 삼겹살과 목살을 각각 1690원과 1680원으로 인하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돼지고기가 도매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찾지 않으면서 양돈 농가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직접 경매에 나서거나 양돈농가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이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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