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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날부로, 한국의 모든 세대가 계엄령을 겪었다"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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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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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혼란이 채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중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따른 건데요. 윤 대통령은 3일 밤 10시 25분께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비상계엄은 이로부터 2시간여 만에 사실상 해제됐습니다. 국회가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약 6시간 만에 대국민 담화를 열고 국회 요구를 수용,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죠.

다만 후폭풍은 거셉니다. 역풍 우려에 탄핵에 선을 그어왔던 더불어민주당은 태세를 전환해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증권가에선 커진 정치적 불확실성에 자금 이탈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산업계도 비상계엄 후폭풍이 경영에 미칠 영향을 분석,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중입니다. 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은 일제히 비판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의 불안감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전날 밤 이용자가 몰리면서 포털 카페, 뉴스 댓글 기능이 마비되는가 하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도 버벅대면서 불안감을 증폭했는데요. 온라인을 중심으로 각종 괴담과 가짜뉴스도 확산하면서 실체 없는 공포감까지 자아냈죠. 온라인에선 이번 사태로 한국의 모든 세대가 비상계엄을 경험하게 됐다는 자조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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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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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긴급 담화 연 尹 대통령…비상계엄 타임라인


비상계엄은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 중 하나입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계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현역 장성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요. 계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만, 계엄지역이 전국일 경우엔 대통령이 직접 지휘할 수 있죠. 군사상 필요한 때에는 체포 및 구금, 압수, 수색, 거주, 이전, 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계엄법이 정한 국가보안법 위반 및 공무방해에 관한 죄 등은 재판을 군사법원에서 맡습니다. 국회의원은 계엄 시행 중 현행범일 경우 체포 또는 구금이 가능해 불체포특권을 적용받지 않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시간여 만에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지명됐습니다. 우리나라 전역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이 발표됐죠.

그러나 헌법 77조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권한과 함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도 부여합니다. 대통령은 사태가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하는데요. 비상계엄을 해제할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국회 표결이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밤 11시께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는데요. 민주당도 소집령을 발령하는 등 국회의원들은 눈썹을 휘날리며 국회로 달려왔습니다. 국회에 진입하려는 의원·보좌진과 계엄군 간의 대치가 벌어지면서 여야 의원들이 담을 넘어 본청에 진입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죠.

계엄군은 국회 본청 유리창까지 깨면서 본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4일 0시 25분께였는데요. 국회 직원 및 국민의힘 당직자들은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에게 소화기를 뿌리는 등 저항하면서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았고, 이런 대치 상황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빨리 상정해 표결하라"고 고성으로 항의했는데요. 우 의장은 "국회가 정한 절차에 오류가 없도록 진행해야 한다"며 10여 분간 안건 상정을 기다렸습니다.

국회 당직자와 보좌진이 본청을 지키는 사이, 4일 오전 1시 본회의에선 표결에 참여한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선포 약 155분 만에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습니다. 계엄령 선포가 무효가 된 거죠. 우 의원은 즉각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에 따라 계엄령은 무효화했다"고 선언, 윤 대통령과 국방부에 공식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오전 1시 10분께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를 시작해 오전 2시 3분께 전원이 철수했는데요.

이어 오전 4시 27분께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 요구를 수용,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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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계엄군이 진입하지 못하게 집기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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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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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비상계엄 보니…마지막이 45년 전


비상계엄이라는 말이 낯설 만도 합니다. 이번 비상계엄은 45년 만에 선포됐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가장 최근의 일은 1979년이었습니다. '10·26 사건'으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사망한 직후 이뤄졌죠.

전국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된 건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서였습니다. 당시 신군부는 '시국 수습 방안' 중 하나로 비상계엄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전국 곳곳에선 신군부를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는데, 신군부는 계엄 확대로 이들을 진압하고 실권을 거머쥐었죠.

비상계엄은 이듬해인 1981년 1월 24일까지 유지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게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입니다. 이때 이후로는 계엄령이 선포된 적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계엄령이자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17번째 계엄령으로 기록됐습니다.

헌정사 첫 계엄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2개월 뒤인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발동됐습니다. 당시 국군 제14연대가 이승만 정부가 내린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무력 충돌이 일어났는데요. 이들 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된 거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됐습니다. 두 번째 계엄령은 같은 해 11월 4·3 사건 당시 제주 지역에 선포됐습니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계엄령 발동이 집중됐는데요. 1961년 5월 16일 새벽 박정희 당시 소장은 군사정변을 일으키면서 헌정 사상 11번째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경계계엄, 1964년 6·3 항쟁, 1972년 10월 유신 선포, 1979년 10월 부마항쟁 등 수차례 계엄령이 발동됐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17번째입니다. 외신들도 긴급하게 이 소식을 타전하고 나섰는데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80년대 후반 군부 독재가 종식된 이후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건 처음"이라며 "2022년 대통령에 선출된 윤 대통령은 야당과 끊임없이 정치적 대치 상태에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서울발 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 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다"며 "가족들과 만나기 위해 서두르는 서울 시민들도 있다"고 설명했죠.

특히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조치는 많은 한국인에게 충격을 줬고, 1980년대 후반 민주주의로 이행하기 전 한국의 군부 통치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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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주영(왼쪽부터) 개혁신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6당이 공동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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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대체 왜?…해제에도 불안감은 '여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기습 선포'였습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은 물론 대다수 장관과 집권 여당 지도부까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건의와 극소수 라인과의 논의를 거친 뒤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요. '2시간짜리 비상계엄'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충수라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죠.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위헌적 행위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중입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긴급 담화에서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죠. 그러나 △정부 관료 탄핵 소추 △주요 예산 전액 삭감 △사법 행정 시스템 마비 등 윤 대통령이 언급한 사유가 헌법 77조의 계엄 요건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겁니다.

여기에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무회의 심의 절차가 누락됐다면 윤 대통령은 직권남용, 내란죄 등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거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野) 6당은 4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전날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채 비상계엄을 발령해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점이 탄핵 사유로 담겼는데요. 민주당 등은 5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한 뒤 6∼7일에 이를 표결한다는 계획입니다.

국회가 제동을 걸면서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되진 않았습니다.

가짜뉴스도 혼란을 키웠습니다. 이날 온라인상엔 '서울로 탱크가 이동 중'이라는 취지로 서울 내 도로 위에 장갑차가 있는 사진이 확산했는데요. 이 사진은 과거 사진으로 파악됐습니다. 불시검문·체포 모습이 담긴 사진 등도 합성으로 드러났죠.

이용자 폭증으로 포털 카페, 온라인 커뮤니티가 먹통이 되자 "시위 선동을 막기 위해 포털을 검열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소문도 난무했습니다. 카카오톡에서 '계엄' 등 일부 단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전송하면 계정이 정지된다는 흉흉한 괴담까지 돌면서 공포 분위기까지 조성됐죠.

다행인 건 이 같은 가짜뉴스, 괴담이 등장하면 이내 허위사실임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네티즌들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대다수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위기 상황일수록 가짜뉴스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만큼, 진위가 확실치 않은 소문엔 휩쓸리지 않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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