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시위 중 체포된 뒤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홍콩 중문대학 여학생.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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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중 체포됐던 대학생이 구치소에서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10일 폭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ㆍ빈과일보 등은 11일 이 학생이 자신 이외에도 피해자가 있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소니아 응이라고 이름을 밝힌 이 여학생은 홍콩 중문대 소속이다. 홍콩 중문대는 영국 더타임스가 매년 실시하는 아시아 지역 대학평가에서 서울대(9위)보다 높은 7위에 오른 명문대다. 이 학생의 공개 고발은 10일 오후 중문대 캠퍼스에서 열린 대학 당국과 간담회에서 나왔다. 그는 대학 당국에 “(경찰이) 몸수색을 하는 구치소 안이 깜깜하다는 것을 아시나요?”라며 “성폭력을 당한 게 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자신이 8월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를 하다 진압 과정에서 체포됐고 산욱링(新屋嶺)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이 지난달 31일 시위에 참여한 한 사람을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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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찰은 시위대 63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발사해 과잉 진압 논란을 불렀다. 부상자도 여럿 나왔다. 이 구치소는 홍콩과 중국의 접경지역에 있다. 이곳에 수감된 시위대에게 성폭행 등 가혹 행위를 한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이같은 실명 공개 고발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자치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달 27일 시민과의 대화에서 이 구치소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소니아 응은 “경찰은 우리의 휴대폰을 압수하며 욕설을 퍼부었고 우리를 능욕했다”며 “우리는 경찰이 어두운 방에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가고, 옷을 벗으라면 벗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포된 후 우리는 도마 위에 놓은 생선과 같은 신세였다”며 “구타를 당해도, 성폭력을 당해도 반항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언을 한 그는 “내가 용기를 내서 마스크를 벗으면 대학 당국도 우리를 지지하고 경찰의 폭력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발언을 마친 뒤 그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홍콩 경찰은 소니아 응의 공개 고발 뒤 “(산욱링) 구치소에서의 성폭력 고발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접수 받은 바 없다”며 “최대한 빨리 공정한 사실 관계 수사를 시작하기 위해 (피해 여성을) 적극적으로 접촉해서 구체적 증거를 제공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니아 응은 11일 라디오에 출연해 “내가 언급했던 성폭력 사건은 (산욱링 구치소가 아닌) 콰이충(葵涌) 경찰서에서 당했던 것이지만 산욱링 구치소에서도 경찰이 시위대에게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내 가슴을 쳤고 여성 경찰은 내가 화장실 안에 있는 동안 날 계속 지켜봤다”며 “경찰이 (성폭력 고발과 관련해) 나를 직접 접촉하겠다는 건 나를 다시 체포하겠다는 협박으로 느껴진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7일 홍콩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여성 시위자.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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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홍콩의 반중 시위가 시작된 후 경찰에 체포된 중문대 학생은 32명에 달한다. 이날 간담회는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학교 측에선 로키 퇀(段崇智) 부총장 등이 나왔고 재학생과 졸업생 등 약 1400명이 참석했다. 퇀 부총장은 학생들의 요구대로 경찰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학생들의 고통과 분노, 두려움을 이해한다”며 “분열된 홍콩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대학 당국은 체포된 학생들을 위한 법률적 지원도 약속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또 시위에 참여했던 한 여성의 시신이 바닷가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이 여성이 경찰에 의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의 시신은 지난달 22일 발견됐는데,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다. 빈과일보는 이 여성이 지난달 19일 실종된 천옌린(陳彦霖)씨로 밝혀졌으며, 이 여성이 수영대회 수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수영 실력이 뛰어났기에 익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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