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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말기 폐암 환자 골든타임은 첫 치료법 선택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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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시기를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심근경색은 2시간, 뇌졸중은 3시간 이내에 적정 치료를 해야 환자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암 환자들도 골든타임에 대해 궁금해한다.

과학 발전에 따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수년간 부동의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폐암이 그 예다. 최근 연구에서 말기 폐암의 첫 치료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지고 그 이후 치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폐암은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절반 이상의 환자가 말기에 진단받는다. 그동안 말기 폐암 환자는 특정 유전자 변이 여부에 따라 표적항암제나 항암 화학요법으로 첫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5년 상대 생존율은 6.1%에 그쳤다.

다행히 최근엔 면역항암제가 말기 폐암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PD-L1 발현이 높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면역항암제로 첫 치료를 받은 경우 5년 전체 생존율이 23.2%였다. 기존 치료제(6.1%)의 네 배에 가까운 생존율이다. 이전에 항암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후 암이 진행해 2차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도 긍정적이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면역항암제와 항암 화학치료 병합요법으로 1차 치료를 받은 경우 다음 차수 치료에서 객관적 종양 진행의 위험이 절반가량 감소했다.

첫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면역항암제는 항암 화학요법 시 흔히 발생하는 구토·탈모 등의 부작용을 줄였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체감한다. 4기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 A씨는 면역항암제로 첫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2회 투여 후 종양 크기가 30% 줄었고 진단 초기에 흉벽 침범으로 인한 흉통도 없어졌다. 구토·설사 등의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그는 일반인과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모든 말기 폐암 환자가 첫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암세포 검사를 통해 면역항암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PD-L1 발현율’이 일정 기준을 넘는 환자(PD-L1 50%)에게 첫 1차 치료 시 면역항암제 단독 투여가 가능하다. 건강보험 급여도 과제로 남아 있다. 2년간 끌어오던 폐암 1차에서 면역항암제 투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이달 초 성과 없이 끝났다.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75%에선 폐암 1차 치료 시 면역항암제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이제라도 학계와 정부, 사회가 힘을 모아 이 과제를 풀어내야 환자들이 치료비 장벽으로 인해 신약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말기 암도 골든타임을 잘 지키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많은 말기 폐암 환자가 첫 치료 ‘골든타임’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기 바란다.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시기를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심근경색은 2시간, 뇌졸중은 3시간 이내에 적정 치료를 해야 환자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암 환자들도 골든타임에 대해 궁금해한다.

이승룡 고대구로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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