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바뀌면 전략도 변경…소유분산기업 한계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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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8억원. KT가 올 4분기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손실 규모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추정치 평균이다. 이렇게 되면 2014년 2분기 8190억원 영업손실 이후 무려 42분기만에 적자로 전환하게 된다. KT가 네트워크 인력의 자회사 전출 등 현장직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전출 지원금·퇴직 위로금과 같은 추가 인건비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회사로의 이동은 1700명, 희망퇴직은 28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잠깐의 고통 싫다고 수술 미룬다면? "지금도 늦었다"
KT는 10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부터는 곧바로 인건비 효율화로 이익 개선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출과 희망퇴직에 따라 1조원 내외의 추가 인건비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지만 분기 1조1000억원에 이르는 연결 인건비가 1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도 "KT는 올해 4분기 명퇴금 반영에 따른 기저 효과, 인력 감축 효과와 함께 내년 1분기 부동산 자회사 분양 수익 발생 영향으로 이익 급증이 예상된다"며 "내년 연결 기준 인건비 감축액은 3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는 조직 합리화와 인력 조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통신기업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성장성 둔화 등 심각한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구조조정 대상 현장인력은 50대 이상 비중이 70% 이상이다. 이들의 경력을 신설 자회사로 옮겨 활용하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판단했다. 퇴직자에게는 위로금이라는 경제적 보상이, 회사에는 청년층 대상의 신규 채용 확충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들의 정년이 얼마 안남은 만큼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며 지금의 고비용 구조를 떠안고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부담을 미래에 떠넘기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김영섭 KT 대표의 인식이다. 환자가 느끼는 잠시의 고통을 이유로 수술을 미루는 건 올바른 의사의 도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수술 후유증도 대비했다. 자회사 이전인력은 기존 연봉의 70%를 받게 되나, 모자라는 30%는 자회사로 이동할 때 남은 정년만큼의 금액을 일괄 지급한다. 자회사 이전 뒤에도 본인이 원하면 정년을 3년 연장해주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나쁜 구조조정이라면 외주화를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회사 구조를 통해 어떻게든 직원들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직원 대상 설명에서 "KT가 네트워크 망을 가장 안전하게 잘 운영할 수 있는 구조, 이런 것들을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잘 만들어 나가나는 방안을 고민한 것"이라며 "그래서 신설 전문기업을 만들어 그곳에서 오히려 플러스 알파가 있도록 잘 같이 해나가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신시장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AI·6G 등 차세대 기술 기반으로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KT의 이같은 움직임은 경쟁사 대비 오히려 늦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무선의 강자 SK텔레콤은 유무선 인프라 유지관리 사업자 SK오앤에스를 14년 전인 2010년 6월 설립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도, 이번 정부도 일자리 문제는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기업의 경영 효율화 작업을 규제 당국이 개입할 순 없다"고 했다.
다만 네트워크 인력 효율화가 기간통신망을 불안정하게 할 것이란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앞서 이 고위 관계자는 "네트워크 유지·관리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KT '김영섭표 AI 전략' 이번엔 믿어도 될까
남는 의문이 없진 않다. 우선, AI 시대에 대응한 기업체질 변화가 과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대로 추진되는지는 봐야한다. KT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2조4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인공지능 전환(AX)·클라우드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누적 매출 4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AI의 경우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전략이다.
특히 중장기 추진 과정에서 김 대표의 연임은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동안 KT는 CEO가 교체될 때마다 핵심 사업 체제가 변경되곤 했기 때문이다. 이석채 KT 전 회장은 전임 남중수 사장 때 만든 '쿡'과 '쇼'라는 브랜드를 통합해 '올레'로 바꿨고, 구현모 전 대표가 추진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사업은 지금의 김영섭 대표 체제 이후 쏙 들어가고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로 변경됐다.
AI 사업도 CEO 교체 이후 전략이 변경된 것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는 AI 전략이 작년과 조금 달라졌다"며 "자체 LLM(대규모언어모델)인 '믿음(Mi:dm)'을 중심으로 AI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높아진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력에 자체 LLM을 활용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들어가는 점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브랜드와 핵심 사업 변경은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전국 대리점 간판교체 등 브랜드 교체비용 부담과 각 사업부의 혼란은 불가피한 일이다. 중장기적 관점 없이 추진한 사업은 장기간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르완다 지역 투자로 인해 발생한 손실과 관련한 질의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도 제기됐다. KT가 2013년 네트워크 설치 및 관리 사업을 위해 설립한 'KT 르완다 네트웍스'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576억원에 달했다.
또한 KT는 유무선 통신이란 규제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외부 입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도 정부와 정치권의 이의제기가 나올 경우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KT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도 과기정통부 내년 예산안 심사에서 문제제기 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과기정통신부는 KT와 마이크로소프트 간 AI·클라우드 협력과 관련해 미국의 '클라우드 액트(Cloud Act)'로 인한 우리 국민의 데이터 주권 침해가 우려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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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배구조 이슈로 모아진다
무엇보다 KT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CEO 교체가 있을 때 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회사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유난히 KT의 구조조정은 '빅배스'(Big Bath)처럼 행해졌기 때문이다
빅 배스는 경영진 교체시기에 전임자 부실을 목욕(Bath)을 하듯 한꺼번에 털어 다음해에 더욱 큰 실적을 유도하고 신임 CEO의 공적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확실한 소유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인 까닭에,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CEO가 교체된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CEO가 임기를 연장하는 수단 중 하나가 재무성과라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보다는 단기적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진 측면이 적지 않다.
위평량 경제사회연구소장은 "KT CEO는 위(정부)에서 내리는 그런 문제가 있어 임기 동안 성과를 단기에 내려고 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독립적 사외이사진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런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CEO나 대주주 중심으로 경영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KT 최대주주는 지분 8.07%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이다. 올해 3월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지분이 변동되면서 현대차(4.86%), 현대모비스(3.21%)의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6월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7인 가운데 2명이 현대차 추천 인사라는 지적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곽우영 전 현대차 부사장과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정부·여당 측 인사가 사외이사로 포진한 점도 독립성 측면에서 지적을 받는다. 최양희 사외이사는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 장관을 지냈고, 윤종수 이사는 이명박 정부 환경부 차관으로 현재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KT는 규제 산업을 영위하는 까닭에 정부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효율성과 성장성 추구는 노동권과 고용 안정성 훼손 측면과 상충되므로 경중을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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