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은 흰 눈으로 덮인 하얀 도화지 같은 애니메이션이었죠! 이번 속편에선 가을빛의 '겨울왕국'을 보여주려 합니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버뱅크에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겨울왕국 2'의 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 감독은 이날 무대에 올라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겨울왕국'을 향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엘사는 어떻게 마법을 부리게 됐나' '엘사와 안나는 어떻게 자랐나' '부모님은 돌아가신 건가' 같은 것이었다. 이에 대한 답을 '겨울왕국 2'를 통해 들려주려 한다"고 했다.

미국 버뱅크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설치된 ‘겨울왕국 2’의 두 주인공 피겨. 왼쪽이 안나이고 오른쪽이 엘사다. 얼음으로 뒤덮인 왕국의 풍경은 이번 속편에서 가을 단풍이 물든 숲으로 바뀌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이 6년 만에 '겨울왕국 2'로 돌아온다. '겨울왕국'은 2014년 북미에서만 약 4억73만달러(4762억원)를 벌어들여 당시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올랐던 작품. 우리나라에서도 1029만명 관객을 모으며 당시 애니메이션으로선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겼고, 엘사가 부른 노래 '렛잇고(Let it go)'는 그해 미국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날 두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소개한 '겨울왕국 2'는 1편보다 알록달록하고 다채로웠다. 가장 큰 변화는 계절. 가을 낙엽이 깔린 들판을 밟으며 엘사는 자신에게만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따라 길을 떠나고, 그런 엘사를 안나와 얼음 배달부 크리스토프, 눈사람 올라프와 순록 스벤이 뒤따른다.

◇가을빛으로 돌아온 '겨울왕국 2'

가을 풍경을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노르웨이·핀란드·아이슬란드를 다녀왔다. 두 감독은 탐사대가 나무와 온천, 폭포와 빙하의 풍경을 찍고 관찰하는 영상을 스크린에 띄워 보여줬다. 리사 킨은 탐사대가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배경을 만든 세트 디자이너다. 킨은 "노르웨이 식물학자와도 상의해 숲과 나무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겨울왕국2’의 장면들. 왼쪽부터 안나와 눈사람 올라프, 물로 이뤄진 말 녹크와 엘사, 얼음 배달부 크리스토프와 순록 스벤이 이끄는 순록 무리들. /월트디즈니컴퍼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인공 엘사와 안나는 그사이 성인으로 자라 각각 24세·21세가 된다. "다 잊어, 내버려둬. 추위는 더는 날 괴롭히지 못하니까"라고 노래하며 여전사처럼 일어섰던 엘사는 겨울왕국 속편에선 긴 여정(journey)을 거치며 자신의 정체성을 더 깊게 탐구하게 된다. 물로 이뤄진 말(馬) '녹크', 거대한 돌 '어스 자이언트(Earth Giant)'처럼 물과 바람, 흙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도 대거 추가됐다. 도롱뇽 '브루니'도 눈길을 끈다. 전편의 올라프만큼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겨울왕국' 1편엔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여럿 참여해서 화제를 모았다. 이현민씨는 전편에 이어 2편에도 참여한 애니메이터이자 수퍼바이저(책임자)다. 안나 캐릭터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이씨는 "한 뼘 더 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엘사 캐릭터는 한국인 아티스트인 최영재씨가 맡았다. 최씨는 "애니메이터는 결국 디지털 배우와도 같다. 매 순간 '내가 엘사라면 어떨까'를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중독성 있는 노래,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

'겨울왕국' 하면 떠오르는 게 주제가다. 현장에서 나온 질문도 따라서 "'렛잇고'처럼 강렬한 노래가 속편에도 나오느냐"는 것. 이날 제작진은 수록곡 중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을 들려줬다. '렛잇고'를 불렀던 이디나 멘젤이 이번에도 시원한 고음을 뽐낸다. 들을수록 중독되는 매력이 있다.

의상도 강화됐다. 의상 디자인을 맡은 리메이는 "옷에 보리 문양을 새겼고, 모험을 떠날 때 입는 망토는 앞부분을 열어 전통적인 망토와 다르게 보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북미 개봉일은 11월 22일로 잡힌 상태. 한국에서도 11월에 개봉한다.




[송혜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