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노인 빈곤율 OECD 최고인데…공적연금까지 양극화 키운다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연금 탓에 기초연금 감액…동시 수급자 중 15%

기초생활수급자인데 기초연금 때문에 생계급여 깎여

형편좋은 노인들 국민연금 수급시기 늦춰 더 받아가

이데일리

기초연금 수급자 중 국민연금 연계 감액자 수(자료=윤소하 의원실)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국민의 소득을 보장하고 어르신들의 빈곤을 줄이기 위한 공적이전소득이 오히려 노령 인구의 노후 소득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노인들은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깎이고, 기초생활수급자는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생계급여가 깎이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들은 국민연금 수급을 늦추며 더 많은 국민연금을 받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때문에 기초연금 줄고, 기초연금에 생계급여 깎이고

먼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받는 노인 가운데 15.4%가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전부 받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25만~3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 4월부터는 소득 하위 20%에게 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하면 재산이나 소득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노후 소득이 보장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감액하는 제도 때문이다. 국민연금액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의 150%인 38만625원을 초과하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일정액을 깎는다.

일례로 매달 65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 어르신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은 절반 가까이 깎이고 만다. 소득이 전혀 없고 재산도 없이 연금에만 의존하고 있지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모두 수령해도 월 78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2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74만3917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계급여를 받아야만 생활할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연금을 수급할 수 있지만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줄어든다.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으로 잡히면서 다음 달 받는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이 삭감되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가 생계를 지원해야 하는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은 사회 극빈곤층으로 꼽히고 있지만 정작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칫 기초연금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할까 기초연금을 아예 신청하지 않는 노인들도 늘어날 정도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45만5000명 중 약 5만명이 기초연금 대상자임에도 기초연금을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최근 2년 사이에 14.7% 높아졌다.

◇양극화 키우는 국민연금…돈 있는 어르신 수급시기 늦춰 더 받아

국민연금은 도입 30년이 지나 노후소득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한편에서는 노후 소득 양극화를 이끌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들은 국민연금 수급 시기를 미뤄 더 많은 연금을 받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수급자 중 가입자 평균소득의 두 배 이상인 4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은 최대 5년 동안 수급을 늦춰 최대 36%까지 연금액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을 연기하면 연 7.2%씩 국민연금액이 더해지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8년 6월 기준 46.1%다. 이전보다 낮아졌다고는 하나 2016년 46.7%에서 0.6%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오히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노인 빈곤율이 심화할 우려가 커진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대표적인 노후소득 보장제도 마저도 노후소득 양극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경우 영향을 받는 인원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감액으로 인해 의미있는 재정 절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