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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인터뷰③] 천우희 “부족함 들키기 싫었지만…깨져도 용기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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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천우희는 "흐름에 자연스럽게 맡기며" 버티고 싶다고 했다. 제공 I 트리플픽쳐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의외의 슬럼프, 그것을 이겨낸, 나아가 더 열심히 연기를 즐기고 사랑하고 싶다는 천우희의 이야기는 진솔했다.

그는 “서른이 되면, 경력이 쌓이면, 노련해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여전히 익숙지 않은 것들이 많고 어려움의 연속”이라며 “때로는 그래서 불안하고 괴로웠지만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그들 역시 그렇게 고민하며 이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뭔가를 찾아가는 과정에 놓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괜찮아진 점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릴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밥 한 끼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는 점. 조금은 어떤 영향력이 생겼다는 거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 영화 속 인물처럼, 그리고 실제의 나처럼, 어쩌면 모두가 어려움 속에서 버티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 역시 버티는 건지, 상황에 놓이니 어쩔 수 없이 버텨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웃음) 어떻게 보면 작정하고 결심하고 의지를 꼿꼿이 해 세밀하게 계획했다면 더 못했을 수도 있어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어떤 흐름이란 게 있으니까요.”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스스로 엄청 강하고 단단하다고 여겼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으면서 오히려 훨씬 편해진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이겨내려고, 부족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것도”라며 더 깊숙한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이어 “흐름에 자연스럽게 나를 맡기는 게 가장 잘 버티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힘들 땐 엄살도 부리고 쉬기도 하고 무너짐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러다 잠시 쉬고 숨 고른 뒤 다시 가고의 반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한 작품 한 작품을 선보이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개봉 시기가 맞물려서 그렇지 실제론 한 해 한 작품 이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남들보다 결과물을 보이거나 피드백을 받기까지 오래 걸려 조급하거나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나 하나 공들이면서 그 세월을 담았기에 더 귀중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구나 싶어요.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너무 큰 상을 일찍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같고요.(웃음)”

끝으로 그는 “과거에는 부족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너무 큰 상을 받은 이유로 시행착오가, 부족한 면면이 더 잘 드러나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며 “지금은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깨지고 넘어지는데 용기를 더 내려고 한다. 스스로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도 내 인생이 풍부해지는 거라고 믿고 열심히 가려고 한다. 그렇게 잘 버텨볼 것”이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천우희의 신작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는 아찔하게 높은 고층 빌딩이라는 장소와 그 안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버티는 인물들, 그리고 유리창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담았다. 지난 12일 폐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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