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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제2의 뇌' 장 보호? 생존력 강한 유산균으로 유익균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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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등 뇌 질환과도 관계 있어

장 기능 떨어지면 뇌 기능 저하

일상서 유산균 섭취하는 습관을



폭넓은 장내 세균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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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체계의 3분의 2를 훈련하고 음식물로 에너지를 만들며 20여 종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한다.”(독일의 의학자 기울리아 엔더스) “뇌와 상호 작용하는 기관으로 ‘제2의 뇌’라 할 수 있다.”(미국의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거숀)

모두 음식물을 소화·배출하는 몸속 장(腸)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만큼 장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장에는 신체 면역력을 좌우하는 면역 세포의 70%가 존재하고 약 100종류, 100조 마리 이상의 균이 서식한다. 신체 면역력이 유지되는 것은 유익균·유해균으로 구성된 장내 세균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깨지면 몸에 이로운 유익균 군집이 붕괴하고 해로운 균이 득세하면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장 속 미생물이 뇌와 연결 고리



최근엔 장내 세균의 연구 범위가 뇌까지 확대되고 있다. 장내 세균이 뇌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신경 활동을 좌우하고 특정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장-뇌 연결축’ 이론이 대표적이다. 장과 뇌 두 기관이 연결돼 상호 작용한다는 이론이다. 즉 장이 튼튼하면 뇌 기능도 활발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장 기능이 떨어지면 뇌 기능도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며 기분·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 뇌를 제외하고 세로토닌이 발견된 것은 장이 유일하다. 세로토닌이 장과 뇌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매개물질이라는 것이다. 마이클 거숀 박사가 장을 ‘제2의 뇌’라고 명명한 배경이다.

과학적 근거는 또 있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는 2016~2017년 건망증으로 진료 받은 남녀 128명(평균 74세)을 대상으로, 대변 속 세균의 DNA를 추출하고 장내 세균총의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의 장 속에는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라는 균이 정상 환자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유익균이다. 해당 연구진은 “장내 세균이 치매 예방의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장까지 살아가는 유산균 효과적



건강한 장 환경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익균 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식과 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 식품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며 “특히 항생제 장기 복용자는 일주일 이상 발효 식품 등을 섭취해 장내 세균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활 속에서 손쉽게 장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바로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섭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적절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엄격히 선별된 살아 있는 균’으로 정의한다.

2016년 국제학술지 ‘노화신경과학 최신연구’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치매로 판정된 60~95세 노인 60명을 대상으로 시험군에게 유산균을 함유한 우유를 하루 200ml씩 총 12주간 섭취하게 한 결과, 시험군의 인지 기능은 27.9% 개선됐지만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은 5.03% 떨어졌다. 또 혈중 산화 스트레스 지표(CRP)의 경우 시험군은 17.61% 줄었지만 대조군은 45.26% 증가했다.

다만 유산균을 섭취할 땐 무엇보다 ‘장내 생존율’을 따져봐야 한다. 균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소화 과정에서 위산, 담즙산, 소화 효소에 의해 유산균의 90% 이상은 죽는다. 즉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가려면 위산과 담즙산에 견뎌야 한다. 이를 위해 겉에 보호막을 코팅한 유산균 제품이 있지만 코팅막은 장까지 살아가기 위한 기술일 뿐 유산균 자체의 생존력을 강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을 첨가한 유산균 제품이 주목받는다. 유산균 제조 과정에서 프롤린을 첨가하면 유산균의 내산성(산에 견디는 정도)·내담즙성·안정성이 향상돼 유산균의 생존력이 강해진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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