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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인터넷은행 흥행 실패 왜? 규제 발목·인가 지체 19개 후보기업 발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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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터넷전문은행 2차 예비인가가 흥행 부진으로 막을 내렸다. 관심을 보였던 통신, 유통,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19곳은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금융사, 그중에서도 ‘토스’만을 위한 이벤트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 가칭 토스뱅크, 소소스마트뱅크, 파밀리아스마트뱅크 3곳이 참여를 선언해 사실상 토스뱅크 나 홀로 독주 구도가 됐다. 토스뱅크에는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이랜드월드, 중소기업중앙회 등 자본력이 높은 투자자가 대거 참여했다. 딱히 경쟁을 벌일 만한 대어급 후보가 없어 토스뱅크로 굳어질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매경이코노미

▶해외선 왕성한데 韓 게걸음…금융위 정책실패론 솔솔

사실상 이 같은 흥행 실패는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당초 제3인터넷은행은 올해 5월 인가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참여를 선언했던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혁신성, 토스뱅크는 자본 조달 능력의 부족을 이유로 인가에서 탈락하며 2차 예비인가가 추가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은행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규제가 높다는 얘기가 잇따르며 대어급 산업 기업이 발을 뺐다. 올해 초까지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였던 SKT, 11번가, 세븐일레븐, 무신사, 아프리카TV, 한국정보통신, 하나투어, 바디프랜드 등이 모두 불참한 것이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전통 금융사가 채웠다. 결국 은행에 또 다른 은행을 인가해주는 모양새라 사실상 인터넷은행 특례법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다.

부진한 결과에 인터넷은행 글로벌 경쟁력도 뒤처질 듯 보인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각각 8개, 4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업 중이다. 한국과 아시아 금융 중심지 지위를 놓고 다투는 싱가포르나 홍콩은 최근 5~8개의 인터넷은행을 추가로 선정했다. 한국이 진통 끝에 1곳을 더 선정한다고 해도 모두 3개로 여전히 발걸음이 크게 더디다.

싱가포르는 인터넷은행 라이선스를 두 단계로 나눠서 운영하는 등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혔다. 반면 한국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력 후보기업이 인터넷은행 대신 독자 행보를 택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가장 관심을 받았던 네이버는 인터넷은행 대신 금융 부문을 별도로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에는 네이버뿐 아니라 미래에셋대우가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더 주목받았다.

금융위도 정책 실패 책임론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인터넷은행 규제 혁신 현장에 직접 방문해 금융위에 힘을 실어줬다. 여권 지지층인 시민단체와 일부 여당 의원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해 인터넷은행 특별법 입법이 지연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진통 끝에 겨우 통과됐다.

그런데도 올해 5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접수한 두 곳의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하자 여당에서는 금융위 역할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지층 반발을 무릅쓰고 법을 통과시켰는데 금융위가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공정거래법에 걸린 케이뱅크의 어려움도 해결하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제3인터넷은행 흥행을 위해서라도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 해결에 나서주기를 바랐지만, 수수방관해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대규모 증자가 사실상 막혀 건전성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0호 (2019.10.23~2019.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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