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피해자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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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감에서 가장 눈길을 끈 기업 중 하나가 하나금융그룹이다. 파생상품 DLF 손실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 합의를 통해 주요 인사를 불러 세간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와 관련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자회사 하나카드의 장경훈 사장은 카드 혜택 축소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불려 나갔다. 물론 우리은행에서도 부행장이 증인으로 불려 나가기는 했다. 그런데 하나금융처럼 한 금융그룹에서 증인이 2명이나 채택된 것은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불완전판매 여부 최대 이슈
▷70대 이상 643명 735억원 날릴 판
DLF 사태와 관련해서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측 인사가 직접 출석, 국회의원 질의에 응했다. 주요 쟁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에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 상품을 판매한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검사 결과’ 발표에서 9월 25일 기준 DLF 잔액은 6723억원으로 이 중 5784억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예상 손실액은 3513억원(52.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감원이 발견한 각 은행 판매 과정의 심각한 문제로는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 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이다.
특히 손실을 본 고객은 불완전판매라며 집단소송을 따로 추진할 정도로 상황이 간단치 않다. 이들 고객 중 고령자 판매건수와 금액이 적잖았다는 점은 이번 국감 쟁점 중 하나였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DLF에 가입한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은 1462명(48.4%)이며 투자금액은 3464억원에 달한다. 법규상 고령자인 70대 이상도 643명(21.3%), 투자금액은 1747억원이다. 이들의 예상 손실액은 각각 1546억원, 735억원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회장은 “DLS(파생결합증권) 사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 본점의 투자상품부의 안일한 대처다. 4~5월에는 전 세계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수익이 발생하는 상품을 만들어 판 은행의 판단은 매우 부적절했다. 국감 때 반짝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이번에도 대립각
이 중에서도 KEB하나은행이 유독 국감에서 부각됐다.
DLF 사태가 빚어진 초반 자료를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금감원 국정감사 때 “(2018년) 채용비리 때도 검사에 앞서 전산자료를 삭제했던 하나은행이 불완전판매를 감추기 위해 또 조직적인 행동을 했다”며 자료 삭제 건을 문제 제기했다.
금감원도 하나은행이 금감원의 DLF 검사 이전인 지난 8월 관련 전산자료 상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삭제된 자료는 금감원 검사에 대비하기 위해 열린 내부회의 자료, 판매 관련 통계자료 등으로 보인다. 삭제 시점은 금감원이 합동검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지난 8월 초였다. 지 의원은 “조직적으로 (자료를 삭제)했다면 검사 방해”라며 “우리은행은 성실하게 검사를 받는 반면, 하나은행은 자료 제출도 허술하고, 협조가 불성실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인력·장비가 있는 금융보안원 도움으로 포렌식을 통해 관련 자료 복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실무 책임자인 김동성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포렌식 요원을 투입해 복구 중이다. 퍼센티지(복구율)나 건수는 정확히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황 파악, 내부 참고용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 삭제한 것으로 검사 계획이 확정·발표되기 전에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은 물론 정무위 상당수 의원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검사 전) DLF 자료 삭제 문제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다. 이번 DLF 사태와는 별개로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욱 의원이 관련 사안에 대해 엄중 조치를 요구하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사실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 증거 인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 시절 하나은행이 인사비리 의혹을 받을 당시에도 관련 자료가 의도적으로 삭제됐다는 시비가 있었다.
최근에도 금감원과 하나은행은 신경전을 벌였다.
은행연합회 주최 은행장 만찬 간담회에서 윤석헌 원장이 참석, DLF 관련 비판을 할 당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불참했다. 손 회장은 그나마 사전 양해를 구했으나 지 행장은 은행연합회 이사회만 참석하고 만찬에서는 ‘급한 일정’을 이유로 예고 없이 자리를 떴다. 금감원장 입장에서는 은행 최고 책임자와 대면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꼴이 됐다. 올해 2월만 해도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영주 부회장이 은행장 3연임을 포기하면서 하나금융과 금감원 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사태 후 상황이 다시 꼬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함영주 부회장 입 여나
▷“DLF 위험 방관” 하나은행 노조 동요
한편 이번 DLF 사태와 관련 하나은행은 내홍도 심각하다.
하나은행 노조는 “금리 하락 추세가 심각함을 감지한 자산관리 직원(PB)들이 4월부터 발행사인 하나금융투자가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고객이 손절매할 수 있도록 환매 수수료를 감면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달라고 관련 부서에 요구했다.
경영진은 자본시장법 위배 가능성, 중도 환매 수수료를 우대했을 때 다른 고객 수익에 미치는 영향, 배임 우려 등을 내세우며 안일하게 대응하다 현재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노조와 행장, 판매영업점 지점장, 본부장이 함께 참여하는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경영진이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법적 책임을 질 만한 행위가 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아직 조사 중인 상황인 만큼 원론적인 입장만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영주 부회장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가운데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외환 크로스마일 스페셜에디션 카드’ 대법원 판결에 따른 보상과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사건은 카드 고객 유 모 씨가 문제 제기하며 불거졌다. 유 씨는 지난 2012년 10월 인터넷으로 ‘외환 크로스마일 스페셜에디션 카드’ 회원가입을 했다. 연회비가 10만원인 이 카드는 사용금액 1500원당 항공사 마일리지 2마일을 적립해줬다. 그런데 하나카드가 2013년 9월부터 카드 사용금액 1500원당 1.8마일로 혜택을 줄인다고 하자 유 씨가 당초 약정과 해당 약관 조항에 대한 설명 의무를 어겼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유 씨 손을 들어줬다. ‘인터넷으로 가입한 신용카드 회원에게도 마일리지 혜택 등 부가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다는 약관을 미리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질타하는 사이 기업가치와 이미지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하나금융그룹. 경영진의 위기 타개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따르겠다”며 “손님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배상 절차 진행에 적극 협조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이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0호 (2019.10.23~2019.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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