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현장+]'자의든 타의든' 방통위원 임기 보장돼야 할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지난 21일 밤 심야에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돌연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중도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다.

그는 “박수 칠 때 떠나라,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며 상임위원직을 내려 놓겠다고 했다. 아마도 이날 국감 현장에서 제기된 ‘고 위원 교체설’이 결정적 영향을 준 듯 하다. 공개석상에서 청와대가 후임자 인사검증에 들어갔다는 설까지 회자됐다. 어쩔 수 없이 고 위원도 자신의 거취를 꺼낼 수 밖에 입장이었을 게다. 잔여 임기 5개월 가량을 남기고 사임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로써 제4기 방통위원 중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중도에서 물러난 상임위원은 총 5명 중 2명으로 늘게 됐다.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도 지난 7월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둔 채 퇴임했다. 이 전 위원장과 고 위원이 꺼낸 사퇴의 변은 비슷하다. 이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구성과 팀워크를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역량 있는 분이 새로 오셔서 새해 계획을 세우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자리를 비워 주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임자와 정권을 위한 용퇴’를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따지고 보면 ‘자의반 타의반’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다. 방송 사업권 승인과 재승인·공영방송 이사 임명·방송, 통신사 시정명령 등 주요 현안들을 다룬다. 주요 현안은 다수결에 따라 의결된다. 방통위 상임위원진은 관례적으로 대통령 몫으로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여야추천 2인씩 받아 구성된다. 이 때문에 3(여)대2(야)구조로 언제든 정권 입맛에 맞는 결정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한계론도 있다. 그나마 모든 상임위원들의 독립적 의결 권한을 보장해야 이 같은 정파성을 깰 수 있다. 법적으로 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 5명의 임기(3년 임기)를 보장하도록 명시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야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소신껏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전 위원장과 고 위원은 방통위원으로서 비교적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머니투데이

왔다. 현 정부 들어 주로 현안이었던 가짜 뉴스 대응 정책에서 여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던 걸 교체 사유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 위원의 경우 총선 출마를 염두해 두고 내린 결단이라는 얘기도 있다. 고 위원은 3기 방통위 당시 민주당 몫으로 합류한 뒤 5년 6개월간 방통위 상임위원을 맡았다.

어떤 형태로든 ‘자의든 타의든’ 방통위 상임위원직의 중도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 다른 관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혹은 추천 정당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방통위 상임위원을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면 합의제 기구로서 방통위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 소신껏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통위원은 없고, 정당의 미니 거수기 신세로 전락한다. ‘자의든 타의든’ 방통위원들의 임기가 보장돼야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도 보장될 수 있다.

임지수 기자 ljs@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