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는 KEB하나은행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전산자료 삭제 논란으로 뜨거웠다. 하나은행이 금감원의 DLF 관련 현장검사를 앞두고 관련 파일을 삭제하고, 이를 금감원이 찾아내기 전까지 은닉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었다.
하나은행은 아직 현장검사 중인 금감원을 의식해 '삭제 논란'과 관련한 대외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하나은행이 삭제한 파일 내용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담겼기에 금감원 검사를 앞두고 관련 파일을 삭제·은닉했다는 것일까. 하나은행이 삭제한 파일은 모두 2개로 DLF대책반에서 만든 문건이다. 하나는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된 실태 조사, 다른 하나는 보상 프로세스에 대한 것이다.
첫 번째 파일에는 1829명에 달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가 들어 있다.
1차 실태 조사에서는 전체 판매 건 중 44%, 2차 조사에서는 22%가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1차 조사에 비해 2차 조사 때 비율이 낮아진 것은 1차 조사는 서면으로 이뤄졌고, 2차 조사는 녹음파일 청취 등 부가적인 작업이 병행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파일 하나는 이들 불완전 판매에 대한 보상 방안 등이 담겨 있다. 각 불완전 판매 사례를 설명한 뒤 어떤 방식으로, 어느 비율로 보상해야 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DLF 논란에 불이 붙기 전인 8월 초였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지시로 대책반에서 투자자 피해 규모와 보상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불완전 판매 케이스가 워낙 다양해 대응책을 일률적으로 세우기 어렵다는 점과 손실액 확정 전에 미리 보상책을 세우는 것이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법률적 판단이 고려돼 삭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를 금감원 검사 때 제시하지 않았다면 '은닉'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건이 하나은행으로서는 검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문건을 숨겨왔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관련 문건의 존재 사실을 알고 인쇄물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일 삭제 지시를 누가 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하나은행 측은 금감원의 검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수조사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 만큼 일개 직원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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