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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최부총리 "원화값 안정될 것" 다음날 1450원대 급락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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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예고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대까지 급락했다. 19일 외환시장에서 1451.9원으로 장을 마친 달러당 원화값은 18일 FOMC 직후에는 1455.7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비상계엄 여파로 변동성이 커진 환율이 우리 경제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게 된 셈이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 소비를 위축시킨다. 한국은행은 1430원대 환율 유지 시 내년 소비자물가가 0.05%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 경영에도 불안 요인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에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정작 수출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와 고용 위축은 내수 경제 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 실질 환율이 1% 상승(원화값 하락)하면 설비투자는 0.9%,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16%가량 감소한다는 추산(국회 예산정책처)도 있다. 원화로 환산한 외화 빚 부담도 커진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들이 가장 큰 대내 리스크로 원화값 하락을 꼽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원화값 하락은 통화정책에도 딜레마를 안긴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원화 약세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과도하게 소진하는 것은 국가 신인도에도 타격을 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변동성이 과도한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며 진정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 부총리가 18일 "원화값은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밝힌 직후 원화값이 급락했을 정도로 환율 관리는 쉽지 않다. 금융시장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면서 흔들림 없는 경제 정책 추진으로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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