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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병든 지구 살리자”… 막 오르는 서울 생태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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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서 25일부터 사흘간 / 화두 무겁지만 형식·내용은 독특·발랄 / 개최지 석유비축기지서 문화공간 변모 / 1년내내 축제·공연·전시장으로 각광 / 위기의 지구 친환경 행동이 필요할 때 / 물품 재활용 등 체험하기에 좋은 기회 / 다양한 이벤트로 환경 중요성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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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저장 탱크를 재생한 문화공간인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25∼27일 첫 생태문화축제 ‘우리의 좋은 시간’을 연다. 사진은 과거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던 문화 행사들. 서울시 제공


서울의 대표적 복합문화공원인 문화비축기지가 생태문화축제 ‘우리의 좋은 시간’을 처음으로 연다. 25∼27일 사흘간 축제를 통해 인간이 병들게 한 지구에서 지혜롭게 사는 삶을 들여다본다. 화두는 무겁지만, 형식과 내용은 색다르고 발랄하다.

문화비축기지는 1970년대 지은 석유비축기지가 수명을 다한 후 재생된 시설이다. 산업화 시대 대표 유산을 월드컵공원에 둘러싸인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1년 내내 축제, 공연, 전시를 열고 있다.

생태문화축제의 핵심은 10여명의 ‘크루’다. 남보다 ‘더 빨리, 더 높이’를 지향하는 삶에 얽매이기보다 지구와 생태, 공생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생태문화축제 기획을 총괄한 박찬국 감독은 “현재 기후변화, 미세먼지,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 친환경을 넘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며 “‘뭘 하지 말자’보다 대안적 삶을 사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사는지 수다 떠는 편한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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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축제는 크게 워크숍, 제작워크숍, 놀이터, 강의, 전시로 구성된다.

일본인인 겐고만의 대나무 워크숍에서는 대나무만으로 못과 조임새를 만든 뒤 끈으로 묶는 방식으로 그네·지붕이 있는 작은 건축물을 만든다. 겐고만은 1995년부터 일본 아소산의 숲에 들어가 살고 있다. 숲을 대안적 삶을 위한 학교라 여기고 손수 집을 지었다. 생활 도구 상당수도 직접 만들어 쓴다.

‘바꿔놀이터’ 부문은 다양한 놀이로 구성됐다. 입장권은 플라스틱 장난감이다. 입장하면서 장난감·인형을 임시로 맡긴 뒤 나뭇가지나 천으로 동물을 만들고 백과사전으로 도미노 놀이 등을 해본다. 아이들이 평소 갖고 노는 장난감이 플라스틱임을 인지시키고, 플라스틱이 아니어도 놀 수 있음을 체감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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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자바느질이 있다. 공대 출신 여성들로 구성된 ‘여성기술랩’이 기술에 대해 수다 떨며 뜨개질을 한다. 전도체 실이라 완성 후에 빛이 들어오게 된다. 또 토종조, 단수수, 토종콩 등을 직접 채종한 뒤 도리깨, 홀태, 채, 키 등으로 탈곡하고 걸러내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여기에서 얻은 알곡은 ‘모두의 식탁’에 오른다. 100개의 탁자가 놓여 300∼400명이 식사할 수 있다. 미리 신청한 참여자들이 음료를 가져오면 앞서 탈곡한 알곡으로 만든 음식을 시식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종 획일화는 산업사회의 유산으로 기후변화와도 관계있다”며 “토종 씨앗은 사람들이 먹어야 인기를 얻을 수 있기에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 쓰이는 탁자는 서울 용두동 철거 지역에서 버려진 문을 뜯어와서 건축가들이 새 생명을 입혔다.

탁자뿐 아니라 이번 축제에 쓰이는 물건은 상당수 다른 곳에서 빌리거나 기부받았다. 이 축제에서 소임을 다한 물건들 역시 다른 행사들에 기부돼 재사용된다. ‘제작 워크숍’ 부문에서는 모두의 식탁에 쓰일 의자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은평공유센터에서 간단한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고, ‘K12 건축학교’ 그룹이 인장력·압축력 등 집을 튼튼히 하는 건축 원리들을 설명해준다. 시민이 청바지 등 데님 소재의 헌 옷을 가져오면 40∼50년 경력의 봉제사가 가방으로 만들어주는 시간도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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