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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카잘스 콰르텟, 현악4중주가 말을 걸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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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잘스 콰르텟 내한공연…"표현력 뛰어난 음악 어휘…음악으로 농담 건네"

연합뉴스

카잘스 콰르텟
(서울=연합뉴스) 스페인 현악4중주단 카잘스 콰르텟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열었다. 2019.10.23 [LG아트센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현악 4중주가 말을 걸어왔다. 음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며 춤을 추었다. 실내악곡 중에서도 가장 심오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현악 4중주가 이토록 귀에 쏙쏙 들어온 적은 없었다. 일찍이 현악 4중주는 괴테에 의해 "4명의 지성인이 나누는 대화"에 비유되기도 했지만, 카잘스 콰르텟이 들려준 현악 4중주는 연주자들끼리 나누는 진지한 대화라기보다는 청중과 함께 나누는 즐거운 이야기와 같았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선 카잘스 콰르텟 음악회는 '현악 4중주'라는 악기 편성으로 얼마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지를 보여준 시간이었다. 대개 현악 4중주는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구성된 현악기의 동질적인 음향을 바탕으로 한 진지한 실내악 장르로 여겨지지만, 카잘스 콰르텟 연주는 대단히 친근하고 재미있으며 흥미진진했다. 그들이 구사하는 음악 어휘가 다양하고 표현력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음악회 첫 곡으로 연주된 하이든 현악 4중주 작품33의 제2번의 경우 카잘스 콰르텟의 연주는 이 곡에 붙은 부제 그대로 재치 있는 '농담' 그 자체였다. 2악장 중간 트리오 부분에서 제1 바이올리니스트는 일부러 음과 음 사이에 끄는 소리를 내며 코믹한 느낌을 자아냈다. 4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끝날 뜻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주제가 반복될 때마다 템포나 스타일을 달리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덕분에 하이든 4중주 연주가 끝나자 많은 관객이 카잘스 콰르텟이 건넨 음악적인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는 차별화한 음향 세계가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의 고전주의 음악을 고전주의 시대의 활로 연주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미묘한 음의 뉘앙스를 살려냈다. 활대가 활털 쪽으로 더 구부러져 활을 현에 밀착시키기 좋은 현대 활과 비교해, 활대가 직선인 고전주의 시대 활을 사용하면 음을 더 가볍게 표현하기가 좋다. 카잘스 콰르텟이 들려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고전적인 4중주곡들은 고전주의 시대의 활로 인해 더 가벼우면서도 춤곡 스타일로 활기차게 표현됐다. 음색 자체로도 매우 다채로웠다. 마치 어휘력이 풍부한 달변가가 유창하게 말하는 듯했다.

하이든 4중주곡으로 시작해,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주요 현악 4중주곡들이 연주된 이번 공연에선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 베토벤 현악 4중주 11번 '세리오조' 연주가 단연 압권이었다. 베토벤 현악 4중주곡 가운데서도 개성이 매우 강하고 독특한 음향 세계를 담은 곡이다. 카잘스 콰르텟은 마치 한 명 연주자가 독주곡 연주하듯 지극히 섬세한 소리로부터 100여명 오케스트라 단원의 전체 합주와 같은 폭풍 같은 소리까지 다양한 성격의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대단히 여리고 부드러운 소리에서 크고 웅장한 소리에 이르기까지, 표현할 수 있는 소리 종류와 강약 범위는 무척 넓었다.

카잘스 콰르텟은 스페인 실내악단답게 스페인 음악 2곡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첫 번째 앙코르로 선보인 마누엘 데 파야 '방앗간 주인의 춤'에선 스페인 춤곡의 열정이 살아있는 생생한 연주가 경탄을 자아냈고, 두 번째 앙코르로 연주된 카탈루냐 민요 '새의 노래'에선 첼리스트의 서정적인 연주가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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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잘스 콰르텟
(서울=연합뉴스) 스페인 현악4중주단 카잘스 콰르텟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열었다. 2019.10.23 [LG아트센터 제공]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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