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뮤지컬 리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우리는 타인을 심판할 권리가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절규하는 다윈 영 [사진=서울예술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태초의 세계를 누빈 인류의 발자취 속에서 생존자는 모두 살인자들뿐인데 그 누굴 심판할까!" 열여섯 소년 '다윈 영'의 절규에 객석이 숙연해졌다. 그 순간 그곳엔 원죄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진 '다윈 영'만이 존재했다.

지난 15일 개막한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다윈영)'은 인간의 '죄의 기원'을 깊이 탐구했다. 신분에 따라 사는 곳이 나뉜 세계에서 최상위 계층이 사는 1지구의 엘리트학교 '프라임스쿨'에 재학 중인 소년 '다윈 영'이 살인 사건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목도한 인간 민낯에 대해 얘기한다.

'다윈영'은 속도감 있는 전개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이 같은 흡입력은 결말에 다다르기 전까지 이어져 매번 기립박수를 이끌어낸다. 지난해 초연 당시 6일 9회라는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큰 사랑을 받았다. 재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SNS상에서 팬아트가 끊이지 않는 이른바 '다윈영 현상'이 생겨났을 정도다. 이런 성원에 서울예술단은 '다윈영'을 올해 무대에 다시 올렸다.

주제는 심오하지만 익숙한 문화 코드들이 삽입돼 접근성은 높다. 주거 구획이 나뉜 사회, 지배계층의 이념을 가르치는 '프라임스쿨'은 영화 '설국열차'와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연상시킨다. '다윈영'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끈질기게 묻는다. '용서받지 못할 죄'를 비난하면서도 종국에는 이를 대물림하며 똑같은 어른이 돼 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교수 시절 썼던 매서운 트윗들이 자신에게 되돌아와 곤욕을 치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실루엣도 겹쳐 보인다.

이희준 작가의 주옥같은 넘버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뚜렷이 드러낸다. "완벽한 인간의 역사는 악마의 농간이고, 완벽한 아버지의 역사는 추악한 비밀이었다"는 '악의 기원'과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그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된다"는 '푸른 눈의 목격자' 가사 등은 여러번 곱씹어 볼 만하다.

기존 넘버 '사랑해야 한다'를 대체한 '밤이 없었다면'도 인상적이다. 극의 어두운 분위기를 한껏 강조하면서도 다윈이 처한 실존적 고뇌를 동시에 드러낸다. 배우 최우혁의 호소력 짙은 열창이 이를 완성시킨다. 다만 일부 넘버에서 가사가 잘 안 들려 공연장 스크린에 출력되는 영문 자막을 참고해야 되는 점은 옥의 티다.

이번 공연에서도 초연 당시 큰 사랑을 받은 배우들이 그대로 뭉쳤다. 다윈 역에 최우혁을 비롯해, 니스 역에 박은성, 루미 역에 송문선, 레오 역에 강상준 등이 열연한다. 이달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