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선수가 몸이 안 좋아요. 기본적으로 트레이닝 파트하고 본인들이 얘기를 하죠. 트레이닝 파트는 눈에 확 띄는 부상이 아니더라도 허리가 올라오고 어쩌고 하루 쉬어주면 좋겠다, 이런 걸 감독한테 보고하잖아요. 나도 인간인지라. ‘아, 이 XX 오늘 하루만 더 뛰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코치나 트레이닝 코치가 (쉬어야 한다고) 더 못 밀어붙이는 거야. 그래서 경기에 뛰어. 그러면 선수는 믿을 데가 없는 거야. 속으로 ‘아이 씨’ 하는 거지. 그래서 생각을 했어요. 아 주장한테 맡기자. 주장한테 맡기면 부상 아니라 피곤하고 그럴 때 서로 합의를 할 거 아냐. 야, 형이 뛸게 너 오늘 쉬어. 이런 식으로. 그러면 단합이 돼요. 왜냐면, ‘아, 보기에는 내가 더 아픈 거 같은데 저 형 오늘 쉰다고 그러네’ 이런게 쌓이면 불신이 생기는 거지.
그래서 (오)재원이 불렀어요. 야, 너희끼리 합의하고 네가 다 판단해. 위에서 결정하면, 누구는 어쩌고 저쩌고 징징대는 소리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내가 그렇게 (출전 여부도 선수들이 결정하도록) 해버린 거죠.
전력분석회의 때도 코치들이 안 들어가. 코치들이 들어가서 이거 하고 저거 하고 한다고 그게 머리에 안 들어가. 선수들이 ‘이렇게 해 보자’ 해야지 그게 경기에서 나와요. 만약 감독이 “야, 점마 공 이렇게 떨어지니까 타석에서 붙어서 쳐” 이렇게 하면, (코치들도) 감독이 이렇게 하라니까 하자, 이렇게 된다고. 영혼이 없다니까. 우리 다 해봤거든요.
시프트 때도 감독이 나서면 안돼요. 시합 마지막에 결정적일 때, 그런 상황 나올 때 선수들 보고 “야, 이쪽으로 옮겨” 하는 거랑, “이쪽은 괜찮아, 포기해, 이쪽만 커버해” 이렇게 하는 거랑 다르거든. 감독이 선택하고 책임져 주는 거지. 만약에 이쪽으로 옮겨 했는데, 정말 옮겨서 딱 맞아떨어졌어. 그럼 더 큰일나요. 다음부터 선수들이 감독만 쳐다보거든. 알아서 하는 거랑, 감독이 시켜서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요.
감독 되고 나서 제일 금지시킨 게 복기를 못하게 해요. 무슨 뜻이냐면, 전날 뭘 잘못했어, 그거 다음날 일찍 나와서 연습시키는 거, 그거 못하게 해요. 그게 연습이 되냐고.
걔가 일부러 그랬나. 깜빡하고 그런 거지. 사건 터지면 본인이 잘 알거든. 만약에 그 실수 때문에 다음날 일찍 연습을 해야 돼. 그럼 코치가 내가 하자 그래? ‘야, 감독이 하라니까 하자’ 이러지. 그런 거 못하게 하니까 내가 선수들 잡을 수 있는 거지.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선수들 못 잡아요. 못 잡는다니까.
그래서 선수를 잘 알아야 돼요. 왜냐면, 내 패를 알아야 되잖아. 고스톱을 쳐도 홍단, 청단, 십짜리 2개. 이러면 답이 없잖아. 지켜봐야죠. 일단 지켜보죠. 야구뿐만 아니라 습관, 표정, 눈동자 이런 거 봐요. 훈련 때 방망이 어떻게 들고 가는지도 보고. 스트레스 어느 정도 받고 있는지도 봐야 되고.
선수 때 포수 하면서 타격 잘 못했어도 관심은 많았거든요. 그래서 타자들한테 타격에 대해 막 들어가요. 왜냐면, 코치들은 기다려야 하거든. 지금 시대는 코치들이 악역 못해요. 코치가 어떻게 총대를 메. 코치들은 좋은 소리 듣고, 악역은 감독이 해야지. (김)재환이가 못 쳐, 코치들은 바로 얘기 못하거든. 난 딱 보고 확 들어가지. 야, 너 지금 이렇다고.
어쨌든 감독은 말을 안 해야 해. 사람이 하는 거라 말대로 되는 게 없거든요. 말을 길게 하면 선수들 부담스러워. 특히 시합 때는 더욱. 김인식 감독님도, 김경문 감독님도 말을 구구절절 하는 스타일 아니잖아. 많이 배웠는데, 감독이 표 안 내는 거 조금 더 필요해. 선배님들과 비교하면 아직 경험이 없구나, 어리구나 후회할 때가 많아. “그때 코치들한테 얘기하지 말 걸” 하고.
<시즌 중 인터뷰 녹취 정리>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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