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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혼란 주도권 잡아라… 英 정당들 조기 총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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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8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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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31일로 연기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영국 정계가 이번에는 조기 총선을 두고 동상이몽에 빠졌다. 이미 하원에서 과반수 의석이 깨진 여당 보수당과 ‘브렉시트를 철회하라’는 당론을 내세우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자유민주당(LibDem), 안정된 ‘그림자 내각’을 앞세워 정권 탈환을 노리는 제1야당 노동당 등은 조기총선 실시와 그 시기를 두고 각 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을 끌고 가기 위해 암중모색 중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조기총선을 밀어붙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이 조기총선 동의안을 세 번째로 부결시켰지만 그는 29일 또 다시 총선 개최를 위한 ‘단축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표결 직후 의사진행 발언에서 “하원의 마비상태가 계속되도록 놔 둘 수 없다”며 “어떻게든 선거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12월 12일 총선을 개최하기 위한 단축법안을 발표해 브렉시트 논란을 끝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원은 더 이상 국가를 인질로 잡고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가 연일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탈퇴파를 선도했던 ‘넘버 10 팀(Number 10 team)’이 있다고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존슨 총리의 오른팔로 꼽히는 도미니크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과 에디 리스터 전 런던 시장, 외교관 출신 데이비드 프로스트 등이 속한 넘버 10 팀은 존슨 총리의 정치적 행보를 막후에서 조율하고 있다.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방침을 밀어 붙이는 데에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야당 지도자’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사임하기 전에 총선을 실시해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넘버 10 팀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야당들도 조기 총선 실시를 상수로 놓고 정국을 풀어가려는 모습이지만 노동당 내부에서의 분열 조짐도 나오고 있다. 노동당 소속 패트 맥패든 전 기업ㆍ에너지ㆍ산업전략부 장관은 “왜 노동당이 존슨 총리가 원하는 ‘국민 대 의회’ 선거를 실시하도록 해야 하느냐”며 조기 총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코빈 대표는 조기 총선을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그림자 내각의 한 의원은 “코빈 대표는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존슨 총리의 생각대로 정국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총선 실시 날짜도 관건이다. 존슨 총리는 12월 12일 총선을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12월 9일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단지 3일 차이지만 각 당의 선거 전략이 숨어 있다. 영국의 청년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보수당보다 노동당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들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청년층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는지에 따라 의석 분포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주장하는) 12월 12일은 대학의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고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점”이라며 9일 총선을 관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29일 그림자 내각 회의를 소집해 조기총선을 논의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지만 “국민 모두의 투표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총선 날짜가 12월 12일 이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의 구상대로 정치 흐름이 진행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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