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학생, 5시간 만에 병원 이송”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장훈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책상을 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조위)는 31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당일 해상에서 발견된 세 번째 희생자인 단원고 A학생의 생존 가능성이 있었지만, 해경은 응급이송을 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해경 1010함 소속 단정은 참사 당일 오후 5시24분쯤 침몰한 세월호로부터 100여m 떨어진 해상에서 A학생을 발견했다. 이로부터 6분 뒤인 오후 5시30분쯤 해경은 의무실을 보유한 함정인 3009함으로 A학생을 인계했고, 해경 응급구조사는 A학생을 ‘환자’로 호칭하며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이후 해경은 육지에 있는 병원 의료진과의 연결을 위해 ‘원격의료시스템’을 가동했고, 의료진은 “(A학생을)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앞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당시 해경이 찍은 채증 영상에는 오후 5시47분쯤 해경 응급구조사가 “(A학생의) 호흡이 없으며, 산소포화도 0임”이라고 말한 내용이 찍혔지만, 이로부터 12분가량 지난 오후 5시59분쯤 병원 측 원격의료시스템에 나타난 A학생의 ‘바이털사인(호흡·체온 등의 측정치)’ 모니터에는 산소포화도 수치가 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특조위가 해당 수치에 대해 응급의료전문의들을 상대로 자문을 구한 결과, “생존 가능성이 희박할 수는 있으나, 사망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상태”라는 답변을 받았다. 12분 사이 산소포화도가 0%에서 69%까지 올라간 것에 대해서는 해경의 측정 당시 기기 부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해경 실무진들은 A학생을 이송하기 위한 응급헬기를 기다리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지만, 해경 지휘부는 오후 6시35분쯤 A학생을 헬기가 아닌 함정으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A학생은 이로부터 세 차례나 더 함정을 갈아탄 뒤에서야 오후 8시50분쯤 전남 진도군 서망항에 도착했고, 이로부터 1시간여가 더 지난 오후 10시5분쯤 의료진을 마주했다.
특조위 조사 결과, 당시 해경 실무진이 의료진으로부터 이송 조치를 지시받은 직후인 오후 5시40분쯤 해경 헬기가 3009함에 착함했으나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이 이 헬기에 탑승했고, ‘함정 이송’ 지시가 내려진 오후 6시35분쯤 또 다른 헬기가 착함했으나, 이 또한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이 탑승해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의 채증 영상 등에 따르면 A학생을 태우기 위한 응급헬기도 오후 6시30분 이전에 함정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경은 헬기가 아닌 함정을 통해 A학생을 이송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김 해경청장이 당시 헬기를 타고 서해청에 도착한 시간을 미루어보았을 때, A학생에 대한 헬기 이송이 이뤄졌다면 2∼30분 안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시 해경의 대응이 잘못 이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조위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에게 당시 가장 적절한 조치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더니 모두 “신속한 이송”이라고 답했다. 특조위는 사망판정이 오후 6시35분 이전에 이뤄졌다면 생존자의 구조 상황은 아니었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응급구조사가 사망판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할 뿐만 아니라, 지도의사의 구호행위 중단 등의 사유가 없는 한 구호행위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오후 7시15분부터 심폐소생술을 중단했고, 이후 모든 문서에 A학생을 ‘시신’으로 표기했다.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4.16 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정부에 명확한 수사를 촉구했다.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원격진료한 의사 지시대로 즉각 헬기에 태워 수송했다면 (A학생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지만, 해경은 (A학생을) 고의로 죽인 것”이라며 “정부는 사참위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즉각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 모두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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