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년 전 EAS에 가입한 이후 대체로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 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로 참석하지 못한 2013년을 제외하곤 매년 참석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담에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대리 참석시킨 데 이어 올해는 더 급을 낮춰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보낸 것이다. 방콕포스트는 이에 대해 "결정권이 없는 이를 정상 회의에 보내는 것은 미국이 아시안 국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0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클라우스 이하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도중 기자들에게 윙크하고 있다./A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아세안+3 정상회의와 EAS에 트럼프 대통령 대신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로스 상무장관을 특사 자격으로 보낸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 모두 ‘장관급’으로 트럼프 백악관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지만, 2011년 미국이 EAS에 가입한 이후 보낸 인사 중 가장 낮은 서열이 낮다.
방콕포스트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담에 미 대통령이 계속 불참할 경우 전략적 파트너로서 미국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겨 동남아에서 미국의 지위가 격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세안 지역이 주최하는 회의에 대표단의 급(級)을 낮춰 보내는 것은 귀국 이후 자랑할 만한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할 ‘장거리 여행’은 꺼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남아 경시로 웃는 것은 중국이다. 미국의 견제를 받지 않으면서 아세안 지역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중국은 권력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이번 태국 일정에 참가시켰다.
SCMP는 "동남아 국가들은 남중국해에서 패권을 쥐려는 중국의 입김이 세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참여와 개입을 모색해왔다"면서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약화한 미국의 존재는 중국으로부터 조용하게 환영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