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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트럼프 안 돼” 외치던 루비오… ‘리틀 마르코’의 놀라운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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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장관 유력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2016년 경선 때 트럼프와 설전… 인신 공격 주고 받아

지지 선언 후 8년 간 유대 형성, 우크라戰 등서 입장 변화

美언론 “트럼프 부상에 맞춘 유연한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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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차기 국무장관으로 유력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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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마르코, 리틀 마르코. 플로리다에서는 마르코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거 아시죠? 의회 투표 기록을 보면 그는 역사상 최악의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2016년 3월 미시간 유세 中)

“트럼프가 키는 6피트 2인치(약 187cm)인데, 손은 왜 5피트 2인치(약 157cm) 사람의 크기 밖에 안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손이 작은 남자 보고 뭐라 말하는지 아나요?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2016년 2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 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사람의 악연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한 2016년, 두 사람은 공화당 경선에서 악명 높은 설전(舌戰)을 벌여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루비오는 “네버 트럼프(Never Trump·트럼프는 절대 안 돼)” 구호를 외쳐온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로, 전도유망했던 그의 정치 커리어가 트럼프가 붙여준 ‘리틀 마르코(Little Marco)’란 멸칭 때문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8년 만에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 수장으로 거듭나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1971년생인 루비오는 쿠바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부친은 바텐더, 모친은 호텔 청소부인 배경 때문에 ‘아메리칸드림’의 표상처럼 여겨졌다.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인 39세 때 상원에 입성했고, 유색 인종(히스패닉)인 탓에 ‘공화당의 버락 오바마’라고도 불렸다. 이 여세를 몰아 2016년 대선에 출마했고 당시 경쟁자인 트럼프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대선 경선 후보 토론 때 절정을 이뤘는데, 키와 손 크기 같은 신체 조건을 놓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받았다. 루비오가 “트럼프는 반(反)이스라엘적인 인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로 이들의 충돌은 주제를 가리지 않았다. 또 루비오는 선거 캠프 홈페이지에서 ‘네버 트럼프’ 문구가 박힌 모자, 티셔츠 같은 굿즈(good)를 팔았다. 트럼프 역시 유세 때마다 2등이었던 루비오를 조롱했는데, 2016년 2월 텍사스 유세에서 생수를 뿌리며 “이건 루비오”라고 했다. 2013년 오바마 연두교서의 반박 연설을 한 루비오가 발언 도중 어색하게 생수를 마셔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는데 이를 조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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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선거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네버 트럼프' 문구가 적힌 모자, 티셔츠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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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는 경선 탈락 후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보편적 가치와 절차적 정당성 등을 중시하던 루비오의 외교·안보관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폴 머그스레이브 카타르 조지타운대 교수는 언론에 “루비오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정치인으로 트럼프의 부상에 자신을 맞춰왔다”고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접근 방식이 두드러졌는데, 루비오는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에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 부르며 정신 건강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4월엔 트럼프가 결사 반대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패키지에 반대표를 던졌고,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띄운 종전론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가 중시하는 이민 문제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2000년대 플로리다 하원에서 활동한 루비오는 서류 미비 이민 학생들이 요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드림 법안(Dream Act)을 후원했고, 이들을 단속할 수 있는 이민 개혁을 중단시켰다. 여기에는 쿠바 이민자 집안의 아들이라는 배경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이민자들이 나라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트럼프 발언을 옹호하며 “이 나라는 범죄자와 테러리스트까지 포함하는 유입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12일 “트럼프와 루비오 간 악명 높은 설전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지만 세간의 인식과 달리 두 사람은 지난 8년 동안 관계를 다져오며 유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 때문인지 루비오는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며 막판까지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과 막판까지 경합했다. 트럼프를 독하게 비판한 전력 때문에 일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은 그의 지명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크게 반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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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9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후보 토론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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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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