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이후에도 한-일 정보공유"
"종료 결정 유지시 북한에 약점으로 작용"
"미·일도 문 정부에 조용히 메시지 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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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미국은 불만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안보에 해를 끼치고 한·미 동맹을 손상시킨다고 믿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11월 22일 자정)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에서 한국에 지소미아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랜드(RAND)코퍼레이션의 스캇 해롤드 정치부문 선임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에 '왜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지소미아 협정은 한·미·일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해롤드 선임연구원은 네 가지 이유를 들며 한국의 지소미아를 복원을 촉구했다. ▶대일 관계 회복 ▶지소미아의 안보적 가치 ▶북핵 위협 증대 ▶대미 신뢰다.
해롤드 선임연구원은 "느리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지소미아 정책을 그대로 따를 경우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의 쇠퇴를 막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최근 방일 사례를 들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달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왕 즉위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다. 방문 기간 중이었던 24일 이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해롤드 선임연구원은 "민감한 기술 교역을 포함한 역사 문제에서 두 나라는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과 더 건강한 관계를 원한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지난 8월 이후에도 일본과 정보교환을 통해 지소미아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는 점도 지소미아 채널 복원의 근거로 삼았다. 그는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발표한 이후에도 지소미아를 수차례 활용했으며 이는 신뢰가 무너져 더이상 일본과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가) 여전히 귀중한 채널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썼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시험사격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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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지소미아를 통해 정보를 교환했다. 정경두국방장관은 지난달 2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지소미아를 통해 일본에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8월2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일본의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인 지난 8월24일, 9월10일, 10월31일 총 세 차례 초대형 방사포 발사 시험을 진행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해롤드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일본과의 정보공조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관철시키겠다는 결정은 북한에 약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기자회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소미아에 대해 '한·미·일 모두에게 유용하다'라고 말한 일을 거론하며 "미국이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달라고 (한·일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의 정보공유를 끊어 미국의 안보 부담을 가중시키면 미국의 신뢰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문재인 정부가 결정을 되돌리기에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최근 태국과 지소미아 협정 채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해하기 어렵다(makes little sense)"고 비판했다. 한국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제한적인 태국과는 협정을 맺으면서, 대북 안보 측면에서 육·해·공 모든 영역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과의 협정을 종료한 일을 비판한 것이다.
해롤드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에겐 "(지소미아 복원을 위한) 과정이 위협을 억제하고 지역 협력을 강화하려는 한·미·일 간 노력에도 부합한다는 메시지를 문재인 정부에 조용히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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